제목부터 뭔가 시선을 튕겨내는 듯한 포쓰랄까요. 원래 이름은 density matrix renormalization group이고 줄여서 DMRG입니다. 주로(?) 낮은 차원의 양자 시스템에 적용되는 수치계산 테크닉인데 1992년에 스티븐 화이트(Steven R. White)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논문을 내면서 제시한 거라고 합니다. 그 92년 논문을 비롯하여 이것저것 다른 리뷰 논문들과 발표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찾아 훑어보고 대충 감만 잡았습니다.

길이가 L인 1차원 격자 위에 +1과 -1의 두 상태만 갖는 스핀들이 놓여 있다고 하면, 모두 2^L 가지의 상태가 가능합니다. L이 커질수록 이 값은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겠죠. 그럼 정확히 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치계산도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그렇게 늘어나는 자유도를 효과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는데요, 되틀맞춤무리(RG) 이론을 이용하면 됩니다.

실공간 RG(real space RG)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RG인데요, 이웃한 스핀 2개를 하나의 블록으로 묶어서 하나로 치면 자유도가 줄어듭니다. 이렇게 거칠게 볼수록(coarse-graining) 시스템의 자세한 정보는 손실되지만 동시에 시스템의 거시적인 행동에 대한 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손으로 푸는 건 한계가 있으므로 수치 RG(numerical RG; NRG) 테크닉이 있다고 합니다. 이쪽을 잘 몰라서 읽은 내용에 기반하여 그냥 쓰겠습니다. NRG에서는 블록의 에너지 준위를 구해서 낮은 에너지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잘라버림으로써 자유도를 줄입니다. 그런데 그 낮은 에너지에 해당하는 파동함수는 정상파이며 이는 곧 블록의 경계에서의 확률이 0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웃한 두 블록을 합쳐서 하나의 수퍼블록(superblock)으로 보는 RG 변환을 해줄 경우, 두 블록이 만나는 경계에서 파동함수의 확률은 0보다 커야 합니다. 그게 수퍼블록의 '낮은 에너지 준위'에 해당하는 상황이죠. 경계에서의 이런 불일치가 NRG의 약점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DMRG가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DMRG에서는 수퍼블록의 해밀토니안을 풀어서 바닥상태를 먼저 구합니다. 수퍼블록은 위처럼 두 개의 블록을 묶은 건데요, 하나는 '시스템', 다른 하나는 '환경'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바닥상태는 시스템과 환경을 묶은 전체에 대한 것이므로 이를 가능한 모든 환경에 대해 더해줌으로써 시스템의 밀도행렬을 얻습니다.

다음으로 이 밀도행렬의 고유값, 고유벡터를 구합니다. 큰 고유값들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잘라냅니다. 여기서 자유도가 줄어듭니다. '큰 고유값'이란 밀도가 높은 성분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남은 고유값에 해당하는 고유벡터를 기저로 하여 원래 수퍼블록의 해밀토니안의 자유도를 줄여줍니다.

지금까지 말한 걸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시스템에 해당하는 블록 S, 환경에 해당하는 블록 E 사이에 두 개의 스핀을 넣는데 그걸 각각 1, 2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S 1 2 E 로 그릴 수 있는데, 이 전체의 해밀토니안으로부터 바닥상태를 구하고 여기서 2 E에 대해 대각합(trace)을 해주면 S 1에 대한 밀도행렬이 나옵니다. 이 밀도행렬의 큰 고유값들에 해당하는 고유벡터로 구성된 행렬로 원래 해밀토니안의 자유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새로운 해밀토니안은 S 1에 대한 것이므로 원래 S보다 그 크기가 1만큼 늘어났습니다. 이런 RG를 되풀이하면 더 큰 시스템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고유값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과정에서 당연히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DMRG를 무한정 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기껏해야 1차원인 경우 시스템의 크기를 수십에서 수백개 정도밖에 다룰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이런 접근방법이 유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차원 무질서한 접촉 과정에 대해 DMRG를 적용한 결과가 있는데 시스템 크기를 최대 32까지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무질서의 효과가 제대로 드러나려면, 몬테카를로 시늉내기를 할 경우 시스템 크기를 수만에서 수십만까지는 돌려야 하는데, 아무리 정확한 결과를 준다고 해도 32까지밖에 안된다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앞서 말한 DMRG의 오차가 그런 무질서의 효과를 흐려버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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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거라, 이 분야를 전공한 다른 분께 물어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모호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나 덧붙일 내용이 있으면 덧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