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더 전에 썼던 '복잡계의 양면성'이라는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군요. 시간 참 빠르네요.) 이전 글에서 어떤 시스템이 외부 자극이나 요동에 견고하냐 민감하냐 하는 문제를 얘기했죠. 이 견고함과 민감함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하나의 시스템 안에 공존할 수 있습니다.

통계물리의 임계현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상전이가 일어나는 임계점에서 상관길이는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발산하느냐, '얼마나 빨리' 발산하느냐를 결정짓는 게 상관길이에 관한 임계지수 ν입니다.


이 임계지수 ν는 모형을 이루는 스핀의 자유도와 스핀들이 놓여있는 공간차원 등에만 의존하며 그외의 세부사항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값을 갖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스템을 ν에 따라 몇 개의 보편군(universality class)로 분류할 수 있지요.

상관길이가 발산하므로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걸 알 수 있지만, 그 '민감함'의 정도에 대해서는 세부사항과 무관한 보편성/견고함이 존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