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전이와 임계현상을 공부하냐고 한다면? 액체든 기체든 고체든 각 상태에 대해 정의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상태들 사이의 전이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특히 매우 단순화된 통계물리 모형들에서는 각 상태가 뻔한(trivial) 경우가 많습니다.

말을 다시 해야겠네요. 전체(W)는 부분들(P)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I)의 합이라고 얘기해왔는데요, 간단히 수식으로 쓰면 W = P + I 입니다. 물론 각 부분(P) 역시 그걸 이루는 하위 부분들과 그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다체계의 각 상태란 I보다 P가 중요해지는 영역이며 P의 세부사항이 중요해집니다. 상전이 영역에서는 P보다 I가 중요해지며 P의 세부사항보다는 I를 규정짓는 대칭성, 자유도 따위가 중요해집니다. 여기에서도 왜?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상전이가 일어나는 임계점에서는 상관길이가 무한대로 발산하므로 매우 거시적인 현상이 드러나는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미시적인 세부사항은 중요해지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상전이를 공부할 때 굳이 시스템의 세부사항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 점점 더 단순한 모형을 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오캄의 면도날의 정신에 비추어 더욱 경제적인 모형을 추구해온 것도 사실이죠.

암튼 그렇게 단순화된 모형에서는 각 상태의 성질은 뻔한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질서상태와 무질서상태로만 구분할 수도 있고요. 또는 흡수상태와 활성상태로만 구분되기도 하죠. 반면에 임계점에서는 뻔하지 않은(nontrivial)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즉 미시적이고 국소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패턴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물리, 그중에서도 상전이와 임계현상 연구가 다양한 학문들 사이의 수준간 환원에 쓰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렇다구요. 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