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나라님을 통해 알게 된 런던대학(UCL) 고등공간분석센터(CASA)의 마이클 베티(Michael Batty)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인쇄해놓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봤습니다. 작년에 PNAS에 실린 건데 공동저자로 유진 스탠리 교수도 있습니다. 이분은 통계물리의 대가로 알려진 분이죠. 논문 제목이 '인구증가의 법칙(Laws of population growth)'입니다.

이들은 도시군집 알고리즘(city clustering algorithm; CCA)을 제시한 후 이를 이용해서 영국, 미국, 아프리카 전체에 대해 '도시'를 정의합니다. 우선 지도를 일정한 크기의 셀(cell)로 나누어 각 셀의 인구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인구가 0보다 큰 셀들이 연결되어 있으면 이걸 하나의 '도시'로 정의합니다.

각 도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 변하지 않거나, 커지거나, 줄어들거나, 두 개의 도시로 쪼개지거나, 두 도시가 하나로 합쳐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로부터 도시의 성장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90년과 2000년의 데이터로부터, 영국은 1981년과 1991년의 데이터로부터, 아프리카는 1960년과 1990년의 데이터로부터 성장률을 얻습니다.

지브라의 비례성장 법칙(Gibrat's law of proportional growth)은 도시의 성장률의 평균과 표준편차가 그 도시의 크기와 무관하다고 가정하는데, 이 논문은 실제 데이터로부터 지브라의 법칙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성장률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작은 도시에서는 도시의 크기와 무관해보이지만, 그보다 큰 도시들에 대해서는 도시의 크기의 거듭제곱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인구가 작은 도시에서 성장률의 요동이 더 크고,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성장률의 요동이 더 작습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 이 논문은 공간적인 상관관계를 제시하며 데이터로부터 이를 확증합니다.

공간적인 상관이란 각 셀의 인구변동을 보면, 셀들이 가까울수록 그 셀들의 인구변동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겁니다. 함께 증가하거나 함께 감소한다는 말이죠. 좀더 구체적으로, 거리가 r인 두 셀의 인구변동의 공분산은 r의 -γ 제곱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도 거듭제곱 관계인데요, 이는 곧 먼거리 상호작용/상관관계를 의미합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의 내용입니다. 지브라의 법칙은 율 과정(Yule process)의 '빈익빈 부익부'와 동일한 메커니즘이며, 이것이 거듭제곱 분포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주장하듯이 지브라의 법칙이 실제로 성립하지 않는다면 CCA로 정의한 도시의 인구분포가 여전히 거듭제곱 꼴인지 아니면 다른 꼴로 나타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고 어떤 경우든 왜 그러한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이쪽으로는 맥락을 잘 몰라서 이미 관련된 연구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논문이 작년에 나온 거니까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