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H주민들은 단체(?)로 매주 1회 철학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주제는 '해체론과 정신분석'인데요, 저는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도 없고 내용을 제대로 접해본 적도 없어서 그냥 흘려들으면서 듣는 편입니다.

강의에 대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하면, "선형대수도 안 배우고 양자역학 수업을 듣는 기분"이랄까요. 또다른 느낌으로는 "정신분석을 듣다가 정신분열을 일으킬 뻔 했다."도 있습니다. 뭔가 재미는 있는데 사실 다른 한편으로는 말장난 같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그래도 계속 듣다보니 머리 속에 자꾸 연상되는 그림이 있는데요. 바로 아래 그림인데,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이라고 하네요.

http://en.wikipedia.org/wiki/Kanizsa_triangle


가운데 역삼각형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역삼각형이 그려진 게 아니죠. 이렇게 주변의 있는 것들을 통해서 가운데 없는 것의 존재를 드러내는 게 해체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모순 어법에 익숙해졌는지 위 문장에서 '없는 것의 존재'라는 표현을 써버렸네요;;; 사실 모순 어법이라 해도 그것은 양자상태처럼 선형 중첩(linear superposition)을 통해 얼마든지 논리체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 그림에서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역삼각형은 그 크기가 정해져있지만, 우리 내면의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들은 그런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을뿐더러 알 수도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강의도 마저 잘 듣고 시간이 나면 공부도 좀더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