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진 연속 대칭이라는 글에 파워포인트로 그려넣었던 3차원 모양의 자유에너지를 gnuplot으로 다시 그려봤습니다.



요즘 간간이 이 주제에 관해 생각하는데, 조금씩 정리되고 있습니다. 간단히 쓰면요, 절대 영도(T=0)에서 출발합시다. 이 경우의 바닥 상태는 맨 위 그림과 같은 모양의 에너지 지형에서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 해당합니다. 즉 V=0인 검은 원 위의 아무 점이나 바닥 상태가 될 수 있고, 그중 아무거나 한 점을 고를 수 있죠. 모든 스핀이 바로 그 점(벡터)에 해당할 때가 바로 바닥 상태입니다.

이제 온도를 아주 조금씩 올려본다고 해봅시다. 열에너지에 의한 열적 요동에 의해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나타나는데요, 스핀의 길이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요동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므로 그보다는 스핀의 방향이 시계방향이든 반시계방향이든 회전하는 요동이 더 크게 나타날 겁니다. (에너지가 거의 소모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좀더 강한 가정을 하면, 스핀의 크기(길이)는 일정하되 방향(각도)만 변할 수 있다고 합시다. 열적 요동에 의해 스핀의 방향이 위치마다 조금씩 달라지겠죠. 그런데 이 요동도 무한정 생길 수 없는데요, 각 스핀과 이웃한 스핀 사이의 각도의 차이가 시스템의 에너지를 높이는데 이 에너지는 시스템에 주어진 열에너지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바로 이웃한 스핀과의 각도가 충분히 작으면 상관없겠죠. 그런데 이러한 작은 차이가 이웃의 이웃의 이웃...으로 계속 이어지다보면 아주 멀리 떨어진 두 스핀의 각도가 매우 커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스핀의 위치에 따른 방향의 요동은 방향에 관한 파수(wave number; k) 성분으로 이해할 수 있고, 여러 k 중 가장 적은 에너지가 소모되는게 k=0일 때(골드스톤 모드)이죠. 온도가 높아지면서 더 큰 k(즉 더 짧은 파장)가 나타날 수 있는데, 파장이 짧다는 건 좀더 국소적인 요동들이 더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럴수록 점점 더 먼거리 질서가 위협받겠죠. 그러다 온도가 임계온도보다 높아지면 모든 질서가 다 깨져서 무질서 상태가 됩니다. 이런 시나리오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