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빈 페트병을 물로 헹궈내다가 어느 정도의 물을 넣어야 가장 잘 헹굴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물을 전혀 넣지 않으면 헹구는 효과가 전혀 없을 거고, 물을 꽉 채워도 역시 헹구는 효과가 미미해질 겁니다. 대개 페트병의 1/3이나 1/4 정도 물을 넣고 흔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정확한 비율을 계산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트병의 모양, 흔드는 방법(방향, 세기, 주기 등), 물에 포함된 불순물의 양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텐데요,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기 위해서 페트병의 모양은 원통형, 흔드는 방향은 원통의 축 방향으로 일정한 힘으로 1회, 물은 순수하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합니다. 또한 중력의 영향을 무시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좋겠죠.

그런데 이렇게 해도 여전히 좀 복잡해보입니다. 일단 '헹굼'의 효과는 어디서 나타나는가하면 물이 페트병의 내부 면과 마찰하면서 면의 불순물을 씻겨주는 효과로부터 나올 겁니다. 그럼 그 마찰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겠죠. 일단 페트병을 흔드는 힘은 일정하다고 가정했으므로 물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마찰이 최대화되는가 하는 문제로 바꿔서 볼 수 있습니다.

더 극단적으로 단순화를 해보자면, 페트병이라는 3차원 대상이 아니라 그냥 1차원에 가까운 실이라고 하고요, 물도 유체라기보다는 물분자라는 고체라고 가정합니다. 흔들어주는 힘은 이 물분자들을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가정할 수도 있겠죠. 이를테면 물분자들을 이온화시킨 후 전기장을 걸어준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을 겁니다.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세포자동자(cellular automata)로 구현한 교통/수송 모형을 그대로 갖다 쓰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입자의 밀도(즉 페트병의 몇 퍼센트를 물로 채울 것인가)에 따른 흐름(flow; 즉 물이 페트병과 얼마나 마찰을 일으킬 것인가)의 함수형태를 구해내는 것으로 문제가 구체화됩니다. 그리고 이미 통계물리의 많은 모형과 연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주고 있으므로 남은 건 논문 검색을 하는 일이겠죠.

물론 그 답에 근거하여, 위에서 문제를 단순화하면서 가정했던 여러 제약들을 하나씩 완화하면서 우리가 원래 알고자 했던 페트병에 물을 얼마나 넣고 어떻게 흔들어줘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점차적으로 얻을 수 있겠죠.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