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님의 '물로 병 헹굴 때 적절한 양 (3)'이라는 글에서 snowall님과 고율님이 덧글로 나누신 '대칭 깨짐'에 관한 얘기에 대한 제 의견을 써보겠습니다.

어떤 시스템은 안정한 해와 불안정한 해를 모두 가질 수 있습니다. '자발적 대칭 깨짐'이 나타나는 시스템의 경우, 불안정한 해는 대칭이 깨지지 않은 상태, 안정한 해들 각각은 대칭이 깨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징 모형이 그런 경우인데요, 다음 글의 첫번째 그림의 오른쪽 그림에서 m=0이 대칭이 깨지지 않은 불안정안 해, m=+1 또는 -1이 대칭이 깨진 안정한 해에 해당합니다.)

물리 시스템에는 열적 요동이든 양자 요동이든 '요동'이라는 놈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므로 이를 고려한다면 '안정한 해'만이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요동에 대한 안정성으로 정의되니까요. snowall님은 이런 의미에서 대칭 깨짐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요동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시스템이라면 안정성/불안정성을 따질 이유가 없죠. 특히 시스템이 처음부터 불안정한 대칭이 깨지지 않은 해의 위치에 있었다고 하면, 거기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고율님이 말씀하신 '완벽하게 대칭적인 상황'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누가 틀렸고 누가 맞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두 분의 관점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밝히고자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