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잠깐 얘기한 무노즈 그룹의 논문을 공부했습니다.

이들의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으면 임계성은 없으며, 사태 사이에 에너지를 주입함으로써 사태가 일어나는 동안의 에너지 손실을 '정확히' 보충해줘야만 임계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옴표한 '정확히'는 곧 에너지 주입량의 미세조정을 뜻하므로 '자기조직화'라 부를 수 없습니다. 또한 그걸 미세조정했다고 하더라도 에너지의 분포가 임계 에너지에 모여있는 보존되는 시스템과는 달리 (열역학적 극한에서도) 에너지 분포가 매우 넓게 퍼져 있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딱 임계점에 있지 않고 임계점 근처를 왔다갔다 하므로 엄격하게 말해서 이건 임계성이 있다고 못하고, 준임계성(quasi-criticality)이 있다고 부르자고 합니다. 특히 이 논문에서 연구된 자기조직화 모형들에 대해 '자기조직화 준임계성(self-organized quasi-criticality; SOqC)'으로 부르자고 합니다.

저는 줄곧 이 논문의 무노즈를 포함하여 베스피냐니, 딕만, 자페리 등이 1998-2000년 논문들을 통해 주장한대로 모래더미 모형 등 SOC 모형으로 알려진 것들에는 이미 '암묵적으로' 시간규모 분리가 도입되어 있으며 이게 곧 '미세조정'이므로 '자기조직화'라 부를 수 없다는 관점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SOC라는 말도 적절하지는 않지만 관습적으로 쓸 뿐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보존 시스템이면 SOC가 있다고 했으므로 그냥 SOC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 같네요.

용어는 그렇다치고, 비보존 시스템에서 사태가 일어나면서 에너지가 손실되는만큼 정확히 사태 사이에 에너지 주입을 통해 보충해주는 메커니즘이 있어야만 진짜(bona fide) 임계성이 복원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줬다는 면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