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는 계산뇌과학연구회(Society for Computational Neuroscience) 제1회 정기모임이 서울대에서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저는 회원은 아니고 그냥 구경하러 갔습니다. 조금 늦었는데 다행히 발표는 모두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스턴 대학의 김대식 교수, 텍사스 A&M 대학의 최윤석 교수, 연세대의 박해정 교수, UCLA의 이진형 교수가 각각 45분씩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주로 뇌를 어떻게 '볼' 것인가, 뇌의 구조로부터 뇌의 기능을 어떻게 유추해낼 것인가에 관한 연구와 문제의식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시각화 기술에 관한 내용이 많기도 하거니와 다른 내용에 비해 화려한 그림들이 많아서였는지 시각화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이 기억에 남기는 합니다. 물론 그외에도 생각해볼 내용들이 있었는데요, 김대식 교수는 '한곳(local) 구조는 기능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하셨습니다. 여기서 '한곳 구조'라는 건 뇌의 기본 정보처리 단위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미시-중시-거시라는 위계구조로 본다면, 일정한 정도의 중시적 단위까지는 균질하나 이들의 좀더 거시적 구조가 기능의 차이를 준다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최윤석 교수는 아주 미세한 칼로 신경조직을 얇게 잘라내면서 촬영을 하여 신경망의 3차원 구조를 복원하는 기술과 결과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를 통해 어떤 세포가 다른 어떤 세포와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른다고 합니다. 잘 보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흥미로웠던 점은 '자의식'에 대한 논의였는데요, 어떤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을 할 경우 그 행동을 자신이 예측할 수 있어야 자의식이 보장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좀더 정리해보고 싶은 논의입니다.

박해정 교수의 발표 중 재미있었던 건 뇌연구를 '사회적 관계'로까지 확장한 부분이었습니다. fMRI 기계에 들어간 여러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두 뇌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그림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진형 교수의 발표는 주로 시각화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는데, 저는 그 분야를 잘 모르는데다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며 지나갔습니다.

뇌과학 또는 뇌연구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인간의 정보처리, 인지과정, 자의식, 인간/생명의 본질에 관한 의문 등이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시-중시-거시 수준의 연구가 종합되어야 하며 통계물리의 방법론이 중요하게 쓰일 수도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유토론 시간에도 지적되었듯이 서로 다른 관점들이 어떻게 조화/융합될 수 있는지...는 해봐야 알겠지요. 한 마디만 더 하면, 영어로는 neuroscience인데 한국어로는 '신경과학'이 아닌 '뇌과학'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