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스프링노트가 아니라 티스토리 편집기로 씁니다. 수식을 최소화하겠다는 말이죠. 허쉬버그, 무카멜, 쉬츠가 지난 6월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arXiv:0906.0709)의 결과 중 일부를 간단히 정리하려고 합니다.

우선 영거리 과정(zero range process; ZRP)을 소개합니다. N개의 자리에 L개의 입자가 놓여 있다고 합시다. 각 자리는 비어있거나 여러개의 입자가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입자가 놓인 자리에 n개의 입자가 있다면 단위 시간 동안 이웃한 자리로 입자를 평균적으로 u(n)개 전달합니다. 여기서는 u(n) = 1 + b / n을 이용합니다. 즉 n이 큰 자리일수록 이웃들에게 입자를 나눠주지 않으려 할 것이고, n이 작은 자리일수록 이웃들에게 입자를 더 잘 나눠주려고 할 겁니다.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메커니즘이 들어 있는 거죠.

여기서 입자의 밀도 ρ = L / N와 b가 조절변수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b가 2보다 커야만 ρ에 따라 응집 전이(condensation transition)가 나타나는데, 이때 임계밀도보다 작은 밀도에서는 한 자리에 n개의 입자가 놓일 확률이 P(n) ~ exp(-n) 꼴이며, 임계밀도와 같은 밀도에서는 P(n)이 n의 거듭제곱 꼴인데 이때 지수가 -b라고 합니다. 임계밀도보다 큰 밀도에서는 하나의 자리에 매우 많은 입자들이 모여 있는 '덩어리(condensate)'가 존재하고, "동시에" 다른 자리에 대해서는 P(n)이 여전히 n의 거듭제곱 꼴이라고 합니다.

주기 경계조건이 있는 1차원 격자 위에서 입자가 한쪽 방향(이를테면, 오른쪽)으로만 움직이게 하는 경우를 봅시다. 밀도가 임계밀도보다 높으면 덩어리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생겼다가 한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덩어리가 놓여 있는 자리에서는 오른쪽 이웃에게 입자를 잘 전달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하겠죠. 이 오른쪽 이웃에 입자가 별로 없었다면 u(n)의 특징에 의해 금방 그 오른쪽 이웃에 입자를 전달해줄 겁니다. 이런 식으로 덩어리가 생겼다가도 다시 사라지고 그러다 또다시 생기기를 되풀이하는 거죠.

이제 여기에 위 논문 저자들이 제시한 '기억 효과'를 도입합니다. 각 자리는 입자의 개수 n뿐만 아니라 각자의 시간 τ로 표현됩니다. 모든 자리의 시간은 0에서 시작한다고 합시다. 아무 일도 안하는 자리에서 시간은 1씩 증가합니다. 하지만 입자를 준 자리의 시간은 멈추어 있고, 입자를 받은 자리의 시간은 0으로 세팅됩니다. τ가 0일 때에만 u(n) = 0으로 놓고, τ가 0보다 크면 위에 쓴대로 u(n) = 1 + b / n을 이용합니다. 이게 '기억 효과'입니다.

여기서도 응집 상태에서만 보면, 기억 효과에 의해 결과적으로 덩어리가 일정한 속도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기억 효과가 없으면 덩어리가 한 자리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듯 하다가 또 다른데서 생겼다 하는데, 여기서는 덩어리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 차이가 어떻게 생긴 걸까요?

제 나름대로 이해한 바에 따르면, 덩어리가 있는 자리보다 덩어리로부터 입자를 전달받는 '오른쪽 자리'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덩어리로부터 입자를 받을 때마다 이 오른쪽 자리의 시간은 0으로 세팅되며 이때 u(n) = 0이므로 적어도 한 번은 쉬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덩어리가 입자를 줄 때마다 이 오른쪽 자리는 쉬어야 하므로 극단적으로 덩어리의 입자가 모두 이 오른쪽 자리로 전달된 후에야 이 오른쪽 자리에서 입자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덩어리가 한 칸씩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죠.

덩어리가 있는 자리가 아니라 그로부터 입자를 전달받는 '오른쪽 자리'의 행동이 그래서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입자를 주고받을 때 받는 자리만 시간이 0으로 세팅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죠. 만일 입자를 주는 자리만 시간이 0으로 세팅된다면...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