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1998년에 쓴 <거대한 체스판>을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하여 어제 다 보았습니다. 국제정치에 대해 까막눈인데, 그나마 <시사IN>을 통해 최근의 국제정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여튼 뭔가 더 큰 시각에서 세계와 국제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소련의 해체 이후 유례 없는 '세계 일등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씌어졌습니다. 결국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부유럽, 중앙아시아, 극동에서 친미 구도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책이 씌어진 후 10년이 넘게 지났고 그동안 정세가 바뀐 것도 있으므로 이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패권의 유지가 군사력만으로 밀어붙이기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므로 각국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또한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영향력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면밀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연합을 공동으로 주도하는 과정에서, 나토를 중부유럽으로 확장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폴란드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까지 안보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그림이 기억에 남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터키와 이란이 한때 중앙아시아를 지배했던 나라들로서 카스피해를 둘러싸고 러시아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또한 복잡한 인종/종교적 복잡성이 있는 중앙아시아의 신생국들 사이의 관계와 터키의 지원을 받는 투르크인들의 운동, 그게 중국 신쟝 지구의 투르크인들까지 이어지는 연관관계 등... 정리가 안됩니다;;; 극동의 주요한 국가는 중국과 일본이며 물론 분단 한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지요. 중국이나 일본이나 명백히 세계의 지도적 국가가 되기에는 한계점들이 있으며 극동은 유럽과는 달리 하나의 '아시아'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에다가 한국의 통일 이후 어떻게 상황이 변할 거냐... 이런 문제들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 지배 또는 '세계 일등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관점으로 씌어진 것이므로, 읽다보면 허세가 쩐다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허세만은 아니겠죠;;; 뭐 그것도 체스판의 경기자임을 자임할 때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저는 체스판의 말에 깔려 소리없이 죽을지도 모를 처지일 뿐이라는. 열폭인가;;; 여튼 이 책은 10년 전에 정치외교학과 친구가 읽어보라고 했던 건데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읽었네요. 국제정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두서 없는 글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