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에서 엮은 <공간이론의 사상가들>이라는 책을 조금 보았습니다. 여러 공간이론들과 그 주창자/사상가들에 대해 주제당 10에서 길어야 20쪽 정도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가장 처음 나오는 이론은 하인리히 폰 튀넨의 고립국이론입니다. 얼핏 중딩 때 배웠던 것 같기도 하네요. 폰 튀넨이 살던 19세기 후반, 독일 역사학파는 일반경제이론의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폰 튀넨은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과 같은 일반이론을 추구하였으며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그를 통해 현실 속에 내재된 질서를 이론화하는 데 주력하였다."(23쪽)고 합니다.

고립국(Isolated State) 모형은 물리학에서 정의하는 고립계(isolated system)를 떠올리게 합니다.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전혀 없는 어떤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 한 가운데 도시가 있고 그곳에서만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각 지역의 생산능력은 동일하며, 다만 어떤 지역의 농산물을 도시로 옮기는 데는 운송비용이 따르며 이는 도시로부터의 거리에 비례하도록 주어집니다. 농민들은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최대 이윤을 추구하며, 농산물의 시장가격은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단위 농산물의 시장가격을 p, 생산비를 c, 이윤을 R이라고 하고, 운송비용은 단위 거리 당 a라고 합시다. 어떤 지역이 도시로부터 r만큼 떨어져 있다면 이 지역에서 생산된 단위 농산물을 내다 팔아서 얻는 이윤은 다음처럼 주어지겠죠.

$$R(r)=p-c-ar$$

r이 (p - c) / a보다 커지면 이윤이 나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보므로, 생산지와 도시 사이의 거리가 (p - c) / a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명쾌합니다.

그런데 도시로부터 멀어지면서 토지이용의 집약도가 낮아진다는 결론에서 '집약도'의 정의가 분명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도시로부터의 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가격의 상승요인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을 상쇄하는 비용의 감소가 있어야만 생산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거리에 따라 변동하는 생산비와 시장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농부는 집약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25쪽)인데, 일단 '집약도'도 정의하지 않은채 이렇게 전개를 하니 혼란스럽네요. '시장가격의 상승요인'은 결국 운송비용일텐데, 시장가격은 불변이라고 전제했으므로 대신 생산비를 늘리는 효과를 주겠죠. 즉 c가 c + ar로 증가합니다. 증가된 비용 ar을 상쇄하기 위해 생산비를 줄여야 하고 그게 '집약도'를 줄이는 거랍니다.

만일, 영어로 intensive farming이라는 말이 그 '집약도'를 뜻한다면,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을 집약도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 투입량을 줄이는 게 집약도를 줄이는 거다? 앞뒤가 맞으려면 '적은 생산비로도 같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이용하거나 또는 다른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말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네 혼자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일단 넘어가죠.

다음으로 지대이론이 나옵니다. 토지 자체의 비옥함뿐만 아니라 그 토지의 입지(location)까지 고려한 지대라네요. 지금이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저런 개념을 처음(?) 만들어냈다고 하니 대단해보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연결망 외부성 같은 거겠죠. 말은 복잡하게 하지만 결국 위 식에서 R(r)이 (단위 농산물 당) 입지지대라네요. 도시로부터 멀수록 운송비용이 늘어나고 그만큼 입지지대는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정의에 따르면, 이윤 R(r)을 벌어서 입지지대로 내버리면 순이윤은 0이 되는 건가요? 계속 헷갈립니다;;;

어쨌든 "운송에는 운송비용이 든다"는 명제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관심을 가졌던 '거래비용'의 하나로 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겠습니다. 고립국이론은 공간 차원과 무관하게 제시된 것 같습니다. 공간 차원을 고려하면 어떻게 될까.가 지금부터 하려는 얘깁니다. d차원 공간 위의 고립국이론인 거죠. 도시가 원점에 있으며, 모든 변수는 원점으로부터의 거리 r에만 의존한다고 합시다. 즉 구면 대칭입니다. 거리 r과 r + dr 사이의 모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의한 총이윤은 다음처럼 쓸 수 있습니다.

$$T(r)dr=(p-c-ar)S_dr^{d-1}dr$$

Sd초구(hypersphere)라는 글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웬지 T(r)이 최대가 되는 r0을 구해보고 싶어지네요.

$$r_0=\frac{(d-1)(p-c)}{da}$$

또는 단위 부피 당 생산량, 즉 생산량 밀도가 r에만 의존하여 달라지는 경우도 생각해봅시다. 이 생산량 밀도를 ρ(r)이라고 하죠.

$$T(r)=(p-c-ar)S_dr^{d-1}\rho(r)$$

만일 ρ(r)과 rd-1이 상쇄된다면, d차원 고립국이론은 원래 고립국이론으로 (상수 계수를 제외하고) 돌아갈 겁니다. 이 조건은 '원점으로부터 멀수록 생산량 밀도가 낮아진다'로 풀어쓸 수 있고, 저는 앞에서 헷갈린 '집약도'가 여기서의 '생산량 밀도'에 해당하는 건가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궁금한 게 많네요. 더 공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