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4월 30일 새벽 0시 8분 덧붙임: 이글의 일부 내용은 정확하지 않은 이해를 바탕으로 씌어졌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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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책 <공간이론의 사상가들>을 조금 보고나서 폰 튀넨의 고립국이론에 관한 글을 썼지요. 그 다음에 나오는 내용이 크리스탈러의 중심지이론(central place theory; CPT)입니다.

2차원 평면 위에 동일한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이들은 재화를 공급받기 위해 가장 가까운 중심지로 가려고 한다고 합시다. 중심지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어야 이 사람들에게 재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입니다. 또한 이 중심지들 사이에는 위계가 있어서 위계가 낮은 중심지들로부터 위계가 높은 중심지들이 구성될 수 있습니다.

일단 위계를 생각하지 말고요, 2차원 평면을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므로 중심지도 그래야 할 겁니다. 또한 각 중심지가 커버하는 영역의 모양과 크기는 모두 똑같아야 하겠죠. 또한 그 영역들은 2차원 평면을 남김 없이 채워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영역의 모양 중 원에 가장 가까운 게 정육각형이지요.

이제 이렇게 결정된 (하위) 중심지들을 묶어서 더 큰 (상위) 중심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하위 중심지에서 구할 수 없는 재화를 위해 상위 중심지로 이동하려고 한다고 합시다. 상위 중심지의 크기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원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원리, 교통원리, 행정원리.

시장원리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심지에서 재화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아래 그림에서 각 점은 중심지이며, 크기가 클수록 상위 중심지입니다. 가장 작은 점은 헷갈리니까 무시하겠습니다. 가운데 상위 중심지(가장 큰 점)가 이를 둘러싼 6개의 하위 중심지(그 다음으로 큰 점)가 커버하는 영역으로부터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데요. 보시면 각 하위 중심지가 커버하는 영역의 1/3과 중간의 한 개의 하위 중심지 영역으로부터 상위 중심지가 생깁니다. 즉 각 하위 중심지 면적의 3배인 면적을 갖지요. 그래서 K=3 시스템이라 부릅니다.


어떤 하위 중심지로 커버되는 영역 안에 살던 사람들은 그 하위 중심지에 모이지만, 서로 다른 3개의 상위 중심지로 갈라지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그림들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시장원리는 도로의 연결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지요. 그래서 교통원리가 제시되는데, 아래 그림에서도 역시 가장 작은 점들은 무시하고요, 각 선은 중심지들을 이어주는 도로망입니다.


중심지들이 도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효율적이겠죠. 상위 중심지를 둘러싼 6개의 하위 중심지를 이어주는 도로로 둘러싸인 영역을 그 상위 중심지가 커버하도록 구성한 경우입니다. 이렇게 하면 각 하위 중심지의 커버 영역의 1/2들과 가운데 하위 중심지 1개를 더해주면 상위 중심지의 커버 영역의 면적은 하위 중심지의 그것의 4배가 됩니다(K=4 시스템).

그런데 도로로 인해 '가까운 거리'의 개념 자체가 왜곡될텐데 그런 걸 고려해서 상위 중심지가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각 계층에서 중심지들이 도로로 연결된 건 알겠는데, 위 그림만 보면 상위 중심지가 하위 중심지와 도로로 직접 연결되지 않았으므로, 이게 '도로를 중심으로' 계층이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즉 하위 중심지를 잇는 도로망이 상위 중심지 사이의 경계가 된다는 게 좀 이상해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역시 같은 하위 중심지를 찾는 사람들이 상위 중심지를 갈 때는 두 부류로 갈라집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알기 쉬운 행정원리입니다. 각 하위 중심지의 커버 영역 전체가 상위 중심지의 커버 영역에 포함되므로 K=7 시스템입니다.

중심지이론에서 균일하다고 가정된 많은 요소들이 모두 균일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볼 수 있겠죠. 잘 모르지만 그런 연구도 이미 많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보로노이-델로네 삼각형 분할 따위의 기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PNAS에 나온 엄재곤 박사님과 손승우 박사님 등의 논문이 이런 맥락에서 연구된 게 아닌가 합니다. 이 논문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