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리학회가 지난주 수-금요일에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통계물리분과는 목-금에만 일정이 있어서 목요일에 갔다가 금요일에 돌아왔습니다.

발표 순서 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호서대학교 김성윤 교수님의 발표였는데요, 제목을 한국어로 옮기면 '엔트로피, 자기조직화, 생명의 조건'입니다. 우선 엔트로피는 정보량으로 이해되곤 하는데 정보가 있고 이를 엔트로피로 측정한다기보다는 엔트로피가 정의된 후 이로부터 정보가 정의된다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엔트로피는 어떤 확률분포로부터 정의됩니다. 어떤 대상(현상)이 0과 1로만 이루어질 수도 있고, 0과 1 사이의 연속적인 실수로 이루어질 수도 있죠. 그런데 띄엄띄엄한 값을 갖는 확률변수로 정의된 엔트로피를 연속적인 현상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원자를 기본 단위로 정의된 엔트로피를 소립자에 적용할 수도 없겠죠.

엔트로피를 정의하기 앞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대상과 보고자 하는 수준(미시, 중시, 거시 등등)에 대해 먼저 결정해야 하며 바로 이 과정에서 우리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거시적인 수준에서 대상을 보겠다고 한다면 여기에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적용할 이유도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유를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근본적인/미시적인 수준에서는 (열역학적 극한에서)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거칠게 보는 과정, 즉 보고자 하는 수준을 결정하는 순간 그 수준에 맞는 엔트로피가 정의될 뿐, 그 엔트로피는 더이상 미시 수준의 엔트로피가 아니므로 증가 법칙은 더이상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엔트로피를 정의하면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도 있고, 이로부터 자기조직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생명의 조건'에 관한 부분은 계산이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중요한 특성인 자기복제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입력하면 자신을 출력해주는 프로그램(함수)을 생각해봅시다. 이런 자기복제 프로그램을 분석철학자 콰인의 이름을 따서 '퀸(Quine)'이라 부른답니다. 중간 과정은 다시 생각해보니 정리가 안되어;;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인간의 유전정보처럼 띄엄띄엄한 정보들만 자기복제가 가능하다고 한 것 같습니다. 실수를 하나 정의하기 위해서라도 무한한 정보가 필요하므로 계산이 불가능해지고 자기복제도 마찬가지겠죠.

재미있는 발표였는데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질의응답까지 다 듣지는 못했습니다. 뭔가 더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인데 머리의 다른 구석에서는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생기기도 하네요;;; 더 생각해보면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