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써놓으니 자꾸 머리 한 구석에서 '마인드'를 한국어로 바꾸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과학적 세계관, 과학적 사고방식, 과학적 관점, 과학적 심리/마음... 그래도 웬지 '마인드'라는 말이 적절한 느낌이 듭니다. 왜 그럴까요. 영어라서? 아니면 한국어로 씌어진 여러 낱말들이 담고 있는 뜻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느낌이라서? 즉 영어라 모호하고 그래서 더 포괄적인 느낌이어서? 아니면 단지 익숙해져서? 모르겠네요. 제목으로 쓴 김에 그냥 마인드라고 쓰겠습니다;;;

그런데 과학적 마인드라는 게 뭘까요. 수학적 마인드, 논리적 사고, 철학적 의심/비판하기와 통하기도 하고 좀 다르기도 한 것 같고 잘 모르겠습니다. 과학 중에서도 자연과학에 한정한다면, 자연과학이 자연현상의 일반원리를 찾으려는 활동이므로 '자연현상의 일반원리를 찾는데 필요한 마인드'인 걸까요?;;;

'원리'는 어떠한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하나의 체계로 파악될 수 있으므로 논리적 사고는 기본이고, 수학 없이 과학을 논의할 수도 없으므로 수학적 사고도 필수적인데다가, 이게 또 세상을 보는 관점, 즉 세계관 위에 서 있으므로 철학적 사고도 필요...하다고 하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는 상황...

그러다 문득 새로 바꾼 제 블로그 주소인 exactitude(엄밀함, 정확성)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밀하고 정확하다는 게 뭔가. 단지 어떤 측정값의 유효숫자를 늘리면 엄밀하고 정확해지는 건가, 아니면 논리적으로 탄탄하면 되는 문제인가 등등. 그러다 또 문득 최근 몇 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제가 조금은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복잡한데 그러다보니 절대적으로 맞거나 절대적으로 틀린 일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중간'이라는 게 존재하고 또한 언제나 판단을 '보류'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도저도 아닌 입장이 되어버리기 일쑤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그런 복잡성을 이해하고자 할 때 문제의 층위를 구분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구분해내고자 하는 사고방식(?)에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이건 유효숫자 개수의 문제도 아니고, 어떤 공리로부터 정리들을 연역해내는 문제도 아니고요. 복잡한 현상을 뜯어보고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듯 합니다. 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