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면 누구나 한번 어떤 규칙을 허물면 다른 규칙들을 허물기는 훨씬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경험은 대수의 발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존 더비셔, <미지수, 상상의 역사>, 204쪽

사실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저는 제가 세운 규칙에 대해 집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쉽게 말을 바꾸거나 뭐든 적당히 하려는 어른들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적당히 하고 넘어가려다 걸려 넘어진 제 모습이 겹쳐보이네요;;;

영국의 수학자 제임스 실베스터(James Sylvester, 1814~1897)는 1850년 '행렬'의 원어 matrix를 여기의 대수와 관련하여 처음 사용했다. 이 해에 펴낸 학술 논문에서 그는 행렬을 "항들의 사각형 배열"이라고 규정했는데, 다만 그의 사고방식은 아직 행렬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같은 책, 233-234쪽

눈에 띈 건 '항들의 사각형 배열'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항들의 삼각형 배열'로 만든 행렬은 없을까. '항들의 육각형 배열'로 만든 행렬은 없을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또한 '항들의 불규칙적 배열'이나 '항들의 쪽거리(fractal) 배열'은 없을까...

어떤 체에서 계수를 취하는 다항식의 해는 더 큰 체에 존재할 수 있고, 이 크고 작은 두 체들 사이의 관계가 군론의 언어들로 표현될 수 있다. - 같은 책, 279쪽

예를 들어, 미지수가 하나인 2차 방정식의 근들은 방정식의 계수들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고 제곱근을 한 근의 공식으로 얻어집니다. 계수는 어떤 세계의 제약 조건이고 그 조건에 맞는 미지수가 해라는 건데, 이 해가 존재하는 공간은 계수의 공간보다 더 커야 한다... 알고 있는 것(계수)에서 알지 못하는 것들(미지수)로 도약하는 느낌. 여튼 이 책을 읽다보니 당연하게 여겨온 근의 공식도 뭔가 신비스럽게 느껴지네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그녀[에미 뇌터]를 기리며 뉴욕타임스에 다음과 같은 조사를 썼다.

가장 재능 있는 수학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탐구해 온 대수의 세계에서 ... 그녀는 엄청나게 중요한 방법을 발견해냈다. ...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답고도 흡족한 경험은 바깥세상에서 오는게 아니라 각 개인의 독자적인 사고와 행동과 감정에서 온다는 사실을 생애의 이른 시기에 깨달은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독창적인 예술가와 탐구자와 사색가들은 모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생애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노력이 일군 결실은 대개의 경우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 같은 책, 326-327쪽

이 부분을 읽고 감상에 젖어 있다가 문득 이건 또다른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적인 유산이 중요하기는 할테지만 그것이 최고인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뭐... 이 글귀에서 눈에 띈 건 '바깥세상'이 아닌 '독자적인 사고와 행동과 감정'이라는 부분입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고요, 덧붙여 피타고라스님의 글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