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들은 세미나에서 본 그림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재작년 7월에 <PLoS Biology>라는 저널에 실린 논문을 찾아 읽어봤습니다. 제목은 "Mapping the Structural Core of Human Cerebral Cortex"인데, 인간의 대뇌 피질을 998개의 노드와 이들을 잇는 링크로 구성하여 분석한 후 '구조핵(structural core)'을 확인한 연구입니다. 일단 아래 그림을 보시죠.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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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부터는 잘 모르고 쓰는 내용이니 틀렸거나 보충할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연결망의 노드부터 보면요. 대뇌 피질을 66개의 해부학적 영역(anatomical subregion)으로 나눈 후에 이를 다시 998개의 관심영역(region of interest; ROI)으로 나눈답니다. ROI의 평균 표면적은 1.5 cm^2라네요. 나누는 기준은?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 노드들을 연결하는 링크를 봅시다. MRI로 뇌를 촬영하는데 뇌 속의 물분자가 회백질/백질에서 움직이는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이 있다네요. 이걸 퍼짐스펙트럼영상(diffusion spectrum imaging; DSI, 번역은 역시나 제멋대로)이라고 합니다. 물분자가 뉴런의 돌기를 따라 퍼지기 때문인 것 같은데 물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좀더 세밀하게 뉴런들의 연결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뉴런 하나하나를 다 구분해서 볼 정도의 해상도는 아닐테고요.

물분자의 움직임을 따라 곡선을 그리는데 이걸 섬유(fibers)라고 부릅니다. 이게 바로 백질의 축색돌기 다발을 나타낸답니다. 그런데 다발 사이의 교차점에서는 물분자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섬유를 그려나갑니다.

이제 어떤 섬유의 양 끝점이 놓인 두 노드가 연결되었다고 하고 이들 사이에 링크를 이어줍니다. 두 노드를 여러 개의 섬유가 이을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가중치 있는 연결망이 만들어지겠죠. ROI 수준의 연결망뿐만 아니라 해부학적 영역 수준의 연결망도 구성됩니다.

연결망을 얻은 후, 각 노드의 이웃수, 세기(strength), 사이중심성, 효율성(efficiency) 따위를 재서 비교합니다. 이웃수 분포는 지수함수 꼴이라고 하고요, 좁은세상 효과가 보인다고 합니다.

각 측정값에 따라 노드들의 순위를 매기고 높은 순위에 있는 놈들을 추려보면 8개의 해부학적 영역이 거의 모든 측정값에서 높은 순위로 나타납니다. 이들의 이름은 각각 PC, PCUN, CUN, PARC, ISTC, SP, IP, BSTS로 씁니다. 그냥 따라 읽기도 힘든 낱말인데다가 뜻도 잘 모릅니다;;; 이 8개의 영역이 구조핵을 이룬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인간의 대뇌 피질의 구조핵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가 뇌의 기능을 반영하는가, 또는 뇌의 기능에 따라 구성된 기능 연결망이 구조 연결망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비교해보면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가봅니다.

낱말들이 낯설고 그림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걸 배운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었습니다. 뇌과학이든 신경과학이든 이런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전부터 궁금해했는데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 같네요. 언젠가는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뉴런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