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포항공대 국제관 + 공학3동 전산실 + 무은재기념관에서 열린 2010 계산뇌과학 겨울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실습과 자유토론 시간이 많아서 비교적 널럴할 줄 알았는데 빡센 1주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누가 시켜서 빡세게 한 게 아니라 자발적인 스파이크가 몇 번 일어나더니 (거의) 모든 참가자가 순식간에 동기화되어 밤늦게까지 전산실에 남아, 또는 각자 숙소로 돌아가서도 주최측이 내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과 프로그래밍에 몰두했습니다.

수학, 물리, 생물, 전자, 전산, 심리, 의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약 60여명의 참가자들이 11개의 조로 나뉘어 배정되었고 주어진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한 조에게는 상장과 상품이 주어진다는 약속도 있었습니다. 과제를 간단히 말하자면, 노이즈가 있는 이지케비치(Izhikevich) 뉴런 모형 100개가 특정한 형태의 연결망 구조를 이루는데, 뉴런 사이의 상호작용은 방향성이 있으며 또한 알파 함수 형태를 따른다고 할 때 그로부터 나오는 스파이크 시계열(언제 어떤 뉴런이 스파이크를 일으켰나; spike train)로부터 연결망 구조를 거꾸로 추론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과제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첫째 시스템은 100개의 뉴런(노드) 사이에 200개의 시냅스(링크)가 있는데 시냅스는 모두 흥분성이며, 연결구조는 좁은세상 연결망을 이용했다는 정보만 주어져 있습니다. '흥분성'은 하나의 뉴런에서 일어난 스파이크가 이 뉴런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다른 뉴런들을 흥분시킨다는 말입니다.

둘째는 역시 100개의 뉴런과 200개의 시냅스가 좁은세상 연결망을 이루지만, 100개의 뉴런 중 20개의 뉴런은 억제성 뉴런으로서 이들 뉴런에서 일어난 스파이크는 이로부터 영향을 받는 뉴런들의 스파이크를 억제시킵니다. 셋째는 100개의 뉴런이 400개의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으며 척도없는 연결망 구조를 갖습니다. 첫번째 문제와 마찬가지로 모든 시냅스는 흥분성입니다.

그리고 각 과제에 관한 예제도 주어졌습니다. 각 과제의 연결망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 시스템의 스파이크 시계열과 그 연결망 구조 역시 우리에게 주어졌고 일단 이 예제를 통해 우리가 이용한 방법과 가설이 맞는지 검증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지케비치 뉴런이 어떤 모형인지, 알파 함수가 어떤 모양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했으나 강의를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문제를 출제한 조교님들의 설명과 힌트를 모아가며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주어진 스파이크 시계열의 통계적 특성을 분석하고 임의로 정한 맺음변수 값들을 미세조정하면서 점점 더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너무 과제 얘기만 했네요. 첫 강의는 생물학과 교수님이 해주셨는데, 신경망과 인간의 뇌에 대한 신경생리학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선형 동역학의 관점에서 뉴런에서 일어나는 스파이크의 발생을 갈래질(bifurcation)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뉴런 사이의 시냅스의 세기가 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학습이 가능해지며, 또한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뉴런들에서 나타나는 거시적인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들과 지금까지의 역사와 그 한계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현상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고 공학적으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조별로 모이다보니 조원들과도 친해지고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우 밀도있게 조원 사이의 시냅스를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가방끈이 길다는 이유로 조장을 했고 걱정도 좀 했는데 다들 사람이 좋고 열심히들 하셔서 분위기도 좋았고 과제도 잘 수행해서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