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 "밀도 추측은 틀렸다"에서 결과만 말했는데요, 그중에서도 팔찌 그래프 위의 모래더미 모형에서 정상밀도와 문턱밀도를 정확히 구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앞 글에서 소개한 논문의 최신 버전(v3)과 그 논문의 긴 버전(v2)을 링크해둡니다:

A. Fey et al., Driving Sandpiles to Criticality and Beyond, arXiv:0912.3206v3

A. Fey et al., The approach to criticality in sandpiles, arXiv:1001.3401v2

관련하여 박수찬 박사님과 그라스베르거의 논문도 링크해둡니다.

S.-C. Park, Absence of the link between self-organized criticality and deterministic fixed energy sandpiles, arXiv:1001.3359v1

P. Grassberger and S.S. Manna, Some more sandpiles, J. Phys. France 51, 1077 (1990)

팔찌 하기 전에 1차원 격자부터 봅시다. 이 결과가 있어야 팔찌 결과가 얻어집니다. DS인 경우, 크기가 n인 1차원 격자에서 되돌이 배열(recurrent configuration)은 n+1개 있는데, 모든 자리에 모래알이 1개씩 있는 거 하나랑 빈 자리가 1개만 있는 거 n개입니다. n이 무한히 크다고 하면 정상밀도 ζs는 1입니다. FES인 경우, 초기 모래알 밀도 λ가 1보다 작다면 언젠가는(즉 유한한 시간 내에) 배열이 안정해집니다(stabilization). 밀도가 1 이상이면, 예를 들어 모든 자리에 입자가 1개씩 있고 거기에 모래알 1개를 살짝 얹어주면 결코 안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턱밀도 ζc는 역시 1입니다. 1차원 격자에서 정상밀도와 문턱밀도는 같습니다.

이제 팔찌 위의 모래더미를 봅시다. 각 자리에서 모래알이 4개 이상이면 양옆 자리에 2개씩 모래알을 보냅니다. 그러므로 이 2개 모래알을 묶어서 짝(pair)으로 생각해도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각 자리가 모래알을 내보낼 때나 받을 때나 짝으로만 주거니 받거니 하므로 그 자리의 모래알 개수의 홀짝(parity)이 변하지 않습니다. 이걸 제외하고는 1차원 격자의 결과와 다를 게 없습니다. 동시에 이게 있기에 1차원 격자와는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DS인 경우, 되돌이 배열은 1차원 격자의 되돌이 배열에 있는 모래알을 각각 2배로 늘린 후, 각 자리에 모래알을 1개 더 넣거나 그대로 두는 가능한 모든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n=5인 1차원 격자에서 되돌이 배열 중 하나인 1101(수채자리 뺐음)은 2202로 만든 후, 첫 자리에 모래알을 1개 더 넣으면 3202, 둘째 자리에 넣으면 2302, 셋째 자리에 넣으면 2212, 넷째 자리에 넣으면 2203, 그리고 이들의 조합도 가능하죠. 각 자리에 1개씩 모두 넣으면 3313. 이게 모두 팔찌 위의 되돌이 배열이 됩니다. 그래서 팔찌 위의 되돌이 배열의 각 자리에 모래알이 없을 확률과 1개일 확률은 모두 1/2n이고, 2개일 확률과 3개일 확률은 모두 1/2 - 1/2n이어서 정상밀도는 5/2 - 2/n이며, n이 무한대인 경우 ζs=5/2입니다.

FES인 경우, 모래알 밀도는 λ, 짝 밀도(= 짝 개수/n)는 λ*라고 하고, 어떤 자리의 모래알 개수가 홀수일 확률을 p라 합니다.

$$\lambda=2\lambda^*+p$$

p는 푸아송 분포로부터 다음처럼 얻습니다.

$$p=e^{-\lambda}\sum_{m=0}^\infty \frac{\lambda^{2m+1}}{(2m+1)!}=\frac{1}{2}(1-e^{-2\lambda})$$

문턱밀도를 구하기 위해 1차원 격자에서의 문턱밀도 값인 1을 λ*에 넣으면 λ에 관한 단순한 방정식이 나오는데 이를 만족시키는 게 팔찌에서의 문턱밀도입니다. 앞 글에서도 말했듯 이 값은 약 2.496608이고 정상밀도보다 약간 작죠.

마지막으로 FES+수채자리인 경우, 초기 밀도 λ에 따른 최종 밀도 ρ를 유도한 후, ρ가 λ에 따라 커지다가 문턱밀도에서 연속상전이를 한다는 걸 보이려고 하는데, 귀찮네요;;; 그래도 간단히 써보면, 1차원 격자에서의 결과는 "확률적으로(in probability)"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rho(\lambda)=\min(\lambda,1)$$

초기 밀도가 1보다 작으면 말했듯이 유한한 시간 안에 안정해지므로, 수채자리의 이웃에서 수채자리로 보내는 모래알 개수도 유한하고 n이 무한대인 극한에서는 0이 되어 원래 초기 밀도가 그대로 최종 밀도가 됩니다.

초기 밀도가 1보다 크면 결국 각 자리에 1개씩 모래알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수채자리로 가버린 배열로 끝나겠죠. 수채자리 빼고 밀도 재면 1입니다. 이걸 간단히 표현한 게 위 결과죠. 논문에서는 이걸 엄밀하게 증명하는데 전 걍 말로 풀어 썼습니다.

1차원 격자에서 얻은 위 결과를 팔찌에 다시 그대로 적용하면 다음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rho(\lambda)=\left\{\begin{array}{ll} \lambda, & \lambda\leq \zeta_c \\ \frac{5-\exp[-2\lambda]}{2}, & \lambda>\zeta_c\end{array}\right.$$

하나만 더 짚으면, 상전이가 일어난 후 초기 밀도가 문턱밀도보다 더 커지면 최종 밀도도 따라서 커집니다. 꽃 그래프(flower graph)에서는 문턱밀도보다 큰 초기 밀도에서 최종 밀도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하네요. 여튼 이런 결과에 대해 "DS는 서로 다른 임계상태를 갖는 1변수 가족(one-parameter family)이다"라고 하네요.

이제 커피 한 잔 마시고 미뤄둔 일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