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서 오늘부터 열리는 Human Connectome(인간 연결체?) 학회에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학회를 위한 튜터리얼(사전 강의?)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12시에 시작한 첫 강의는 인간과 머캐크(macaque) 원숭이의 대뇌 피질의 표면을 구표면에 본뜨거나 그냥 2차원 평면 위로 본떠서 여러 사람의 대뇌 피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량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공통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는데 '차이점'은 저에게는 새로운 관점이었습니다.

사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으니 차이가 있다는 게 매우 당연한 얘기죠. 그런데 저는 공통점부터 이해하고나서 차이점을 볼 수는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반대로 차이점으로부터 공통점을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습니다. 어쨌든 생물학자들에게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일이겠죠.

한 예로 일란성 쌍둥이가 자란 후 그들의 뇌 모양을 비교함으로써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사실 좀 나이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가 불분명해서 잘라 말할 수는 없네요;;; 이 얘기는 그 다음 강의에서도 나왔습니다.

세번째 강의는 동적 인과 모형(dynamic causal modeling; DCM)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미시 수준에서의 변수에 관한 동역학 모형을 가정하는데 여기에 관련 맺음변수들이 포함됩니다. 또한 실험을 위해 미시 수준의 구성요소들에 자극을 주기도 합니다. 그 결과를 외부에서 측정한 결과로부터 미시 모형의 맺음변수들을 베이지안 방법을 써서 추론해내는 방법론을 이용합니다. 뭔가 수식이 나와서 좀더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중간에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고 다음에 들은 강의는 아주 현란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골지와 카할로부터 시작된(?) 뉴런 염색 기법은 여전히 한가지 색으로만 나타나는데, 뉴런의 돌기들이 교차할 때 그게 서로 다른 뉴런인지 아니면 하나의 뉴런이 갈라지는 건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다양한 기법이 발달하는데 특히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에 빛나는(fluorescence) 녹색 형광 단백질의 발견으로 RGB 염색이 모두 가능해짐으로써 총천연색으로 뉴런 등을 염색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혀있는 뉴런들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됩니다.

그 화려한 그림들을 보면서 왜 우리 일상에서는 저런 색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또 작년에 본 영화 <아바타>의 화려한 색감도 연상되었습니다.

마지막 강의는 좀 지치기도 하고 그닥 관심을 끄는 내용도 아니어서 중간에 한 20분 나와 있었는데요, 중간에 들은 내용 중에는 여러 생명체들의 뉴런의 개수와 뇌의 부피를 비교해놓은 슬라이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앞뒤 내용들과 어떤 연관이 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규모로 신경계를 볼거냐 하는 얘기를 하겠다고 강의 처음에 말한 것 같은데, 흐름이 끊기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오늘 내용으로부터 제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명체, 특히 뇌의 '다양성'을 기술하고 정량화/시각화하여 보고자 하고 또한 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다양한 노력들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접목되는 과정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덧붙여 아마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것 같은 고등학교 동기도 만났는데 반갑더라고요. 또한 지난 겨울에 계산뇌과학 겨울학교 동기들도 만나서 왠지 동창회 분위기도 나고...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합니다. 시간표를 보니 35분짜리 발표를 오전에 5개 오후에 6개를 들어야 합니다. 좀 빡셉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