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암님의 글 "과학과 기술은 다른 것이다."를 읽고 제 의견을 쓰려고 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 격암님은 과학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고 기술은 유용성을 목적으로 하므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좀더 세분하여 기초과학-공학-기술로 나눌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과학의 중요성이 어떤 근거를 갖는지였습니다. 제가 물리를 공부하지만 저도 이게 무슨 쓸모가 있는지 회의할 때가 많고, 꼭 제가 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사회의 투자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할 때도 있습니다. 그냥 그 자체로 중요하다고 해봐야 먹히지 않지요, 어떤 식으로든 과학자 사회보다 더 큰 사회로부터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무슨 카드가 필요할까가 문제입니다.

격암님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과학 그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근거를 격암님의 글에서 찾자면 "과학에 대한 관심은 결국 사회속에서 합리주의로 나타난다."고 하십니다. 인간의 사회적 권리, 사회발전에 대한 질문 등이 과학에 의해 영향받는다고 하며 "그렇게 해서 세상은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일단 이 부분이 과학의 중요성을 위한 근거인지 아니면 과학의 중요성으로부터 파생된 효과인지 불분명합니다.

앞에서는 '유용성'을 근거로 기술을 과학과 분리시켰지만, '사회발전'이나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과학, 즉 또다른 '유용성'을 위한 과학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유용성의 종류가 다르다는 식으로 논의를 정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물질문화와 정신문화를 구분하자는 건데 제가 잘 몰라서 구분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질이 나쁘다거나 유용성을 폄하할 이유도 없고요. 과학과 기술의 역할이 다르고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주장도 왠지 기술의 유용성에 과학이 묻어가는 느낌인데, 여전히 과학 그 자체의 중요성에 대한 근거가 별도로 제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