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적 요동(thermal fluctuation)이라고 하면 그냥 열에 의한 노이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열현상의 미시적 실체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양자 요동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양자역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겠지만 말이다.

흔히(?) 양자 요동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이해된다. 즉 어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위치의 불확정성 Δx 와 운동량의 불확정성 Δp 의 곱이 플랑크 상수 h보다 크거나 같다는 식으로 씌어진다. 즉 위치의 정확도를 높일수록 운동량(또는 속도)의 정확도는 떨어지며 이는 측정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계가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왜, 이 세계의 어떠한 특성이 불확정성 원리를 나타내주는지, 양자 요동을 나타내주는지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비교적 알기 쉬운 답이 있다. 우리가 매우 작은 입자를 관찰하는 행동이 그 입자를 교란시킨다는 것이다. 전자의 위치를 더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더 강한 광자를 충돌시켜야 하고 그럴수록 전자의 운동량이 더 큰 영향을 받아서 운동량의 불확정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납득할 수 있는 답이기는 하지만 설명이 너무(?) 고전적이다.

한 가지 그럴듯한 대답은 <파인만의 QED 강의>에 나와있는 설명이다. 광자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일 때 가능한 모든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적으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지만 양자역학에서는 가능하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경로에 대한 합(또는 적분)으로부터 관찰된 현상들이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중슬릿 실험에 대해 이 가정을 도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이끌어낸다.

사실 불확정성 원리의 형태는 고전적인 파동에 대해서도 성립한다. 슬릿의 폭을 줄일수록 빛의 파동성에 의해 회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불확정성 원리와 같은 꼴이다. 그렇다면 입자에 파동성이 있다는 말로 모두 해결되는 얘기가 되는건가. 네이버에 있는 "물리 세계로의 즐거운 항해"라는 카페에서 누군가가 고전적인 파동의 위상은 측정가능하지만 양자 현상에서의 위상은 측정불가능하다고 했다. 맞다. 양자역학의 파동함수 또는 확률밀도의 위상은 측정할 수 없다. 그나마 가장 '물리적인' 대답인 것 같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 양자 요동에 대해 생각하면 뭔가 만질 수 없는 그것, 또는 부드러운 하지만 매우 질긴 껍질에 싸인 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