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 <게임이론과 진화 다이내믹스>(2009)의 5.3절 '진화적 게임이론과 합리성'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제 생각을 덧붙이겠습니다. 사실 책의 2부에서 자세히 다룰 내용에 대해 미리 아이디어를 간단히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 글에서 정리한 내용은 합리성을 지니고 전략적 선택을 하는 주체가 있다고 전제합니다. 이 경기자들은 전략 집합 중 최대 보수를 주는 전략을 의식적으로 선택합니다. 이에 반해, 진화론에서는 유전자 집합이 있고 각 유전자를 맹목적으로 물려받은 개체들에 적합도가 부여되며 (사실 중간에 표현형 단계가 빠져있습니다) 그 적합도에 따라 자손이 번식하고 그 과정에서 유전자가 전수됩니다. 후자에서 선택하는 주체는 '자연'이라 하여 자연 선택이라 부르죠. 또한 각각이 균형에 도달한다면 내쉬균형, 진화적 균형이라 부를 수 있겠죠. 표를 제멋대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이론 - 진화론
경기자 개인 - 수많은 개체의 군집
전략 집합 - 유전자 집합
보수 - 적합도
합리적 선택 - 자연 선택
[즉, 최대 보수를 주는 순수/혼합전략 선택 - 최대 적합도를 주는 유전자 선택]
내쉬균형 - 진화적 균형

어느 쪽이든 '선택'의 본질이 뭐냐고 묻는다면, "보수/적합도가 높은 전략/유전자가 선택된다"는 겁니다. 합리적/인위적이냐 자연적이냐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고요. 본질이 같으므로 자연 선택이 자연스러운만큼 합리적 선택도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게임이론에서 '혼합전략'이라는 걸 일부러 써넣었는데요, 각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무수히 많다고 하면 이로부터 각 유전자를 지닌 개체의 비율 분포(즉 통계)를 그 유전자를 이용할 확률 분포로 이해함으로써 게임이론의 혼합전략으로 본뜰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경기자 개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합리적 선택'도 수많은 뉴런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최고의 효용이나 보수를 느끼게 하는 전략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진화론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은 유전자 알고리즘으로도 알려져 있죠. 다시 말해서 주어진 최적화 문제를 하향식으로 분석적으로 풀거냐(게임이론의 합리적 선택) 아니면 상향식의 유전자 알고리즘을 쓸 거냐의 문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통계물리 시스템의 바닥 상태를 분석적으로 찾을 거냐, 아니면 몬테카를로 방법을 이용해서 찾을 거냐의 문제이기도 하겠죠.

휴... 이제 2부를 읽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