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소개한 반복 게임의 전략 중 바로 이전 게임의 결과까지만 고려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우선 첫 게임에서 C와 D 중 하나를 하겠죠. 이걸 a0으로 나타냅니다. 즉 a0은 C/D 중 하나를 갖습니다. 바로 이전 게임에서 두 경기자 모두 C를 한 경우 이번 게임에서 내가 선택할 행동을 aCC로 나타냅니다. 마찬가지로 이전 게임에서 둘 다 D를 한 경우 이번 게임에서 내가 선택할 행동은 aDD, 그러면 이전 게임에서 내가 C, 상대가 D를 한 경우 이번 게임에서 내가 선택할 행동은 aCD, 그 반대의 경우는 aDC겠죠.

이제 반복 게임의 전략은 a0aCCaCDaDCaDD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협조전략은 CCCCC이고 방아쇠 전략은 CCDDD, TFT 전략은 CCDCD가 됩니다. 물론 각 전략들에 대해 첫 게임에서 D를 내는 경우들도 고려해볼 수 있죠. DCDDD는 '의심하는' 방아쇠 전략, DCDCD는 '의심하는' TFT 전략이라 부릅니다.

앞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은 방아쇠 전략(T)과 무조건 협조전략(all C)이 공존할 때 표류에 의해 all C가 많아져서 무임승차자에 의해 침투당함으로써 무임승차자가 집단 내에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습니다. 여튼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전략을 가질 수 있는데 그들의 전략이 모두 CC*** 형태를 띠는 경우에 방금 말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죠.

CC*** 형태란 a0과 aCC가 모두 C인 경우입니다. 집단 내 모든 개체가 CC*** 형태라면 누구도 D를 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보수를 받으므로 우연에 의해서만 각 전략의 인구비중이 달라지게 됩니다. 돌연변이가 일어나더라도 a0과 aCC가 C로만 남아있다면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는 전혀 차이가 없지요. 그러다 CCCDD 같은 돌연변이도 생길 수 있는데 이 전략은 무임승차자를 어느 정도 허용해주기 때문에 협조 균형을 잠재적으로 위협합니다.

이런 잠재적 위협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행위자들의 실수가 제시되었지요. CC***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에서 실수가 일어남으로써 ***에 숨어있던 '무의식'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잠재적' 위협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부터 할 이 무의식에 관한 얘기는 저의 해석(+소설;;;)이므로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사람의 의식은 표층부터 심층까지 다양한 층위를 이루고 있다고 합시다. 표층일수록 쉽게 드러나고 또한 비교적 쉽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지켜야 하는 예의라든지 규칙/규범들이 표층의 의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겠죠. 표층 의식은 자주 드러나고 눈에 자주 보이다보니 좀더 쉽게 문제점이 파악되어 고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하지만 심층 의식일수록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드러나는 경우도 드물 겁니다. 그렇다보니 문제가 있더라도 인지되기 힘들며 고쳐지기도 힘들지요.

우리가 서로 돕는 분위기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면, 즉 CC***로 교육받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머지 ***와 상관없이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겁니다.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의 영역, 즉 ***에서는 남을 배반하고 싶은 욕구가 DDD로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무의식적 배반욕구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경우가 있겠죠. (그렇다고 익명=무의식은 아니겠네요.)

여튼 위의 a의 순열로 이루어진 하나의 전략은 생명체에겐 하나의 유전자 집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사람에게는 하나의 의식-무의식 코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맨 앞에 있는 건 표층, 맨 뒤에 있는 건 심층으로 이해하고, 뒤로 갈수록 더 많은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더 재미있는 얘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밤도 늦고 저도 상상력 고갈;;;입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