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하루 동안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2회 계산뇌과학연구회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했습니다. 부제는 "의식의 현상, 기능, 그리고 정량화(Phenomenology, Function, and Computation of Consciousness)"였습니다.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의식'이라는 거 꽤나 어려운 문제일텐데 과연 얼마나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나중에 듣기로는 인문쪽으로는 모르겠고 자연과학/공학 쪽에서는 이런 주제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학회랍니다. 여튼 이제 시작이라는 거죠.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것만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취학과에서 마취 전, 마취 중, 마취 후 각각의 데이터로부터 접근하는 게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전산전자 쪽의 인공생명/지능 연구의 흐름에서 의식의 최소조건을 실제 로봇 등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거죠.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겠죠. 생각해보면 철학과 심리학이야말로 '의식'에 관한 학문의 본진이 아닐까 하는데 이번 학회의 초점은 아무래도 의학과 전산전자에 맞추어졌다고 봐야겠네요.

미시간대학의 조지 마셔(George Mashour) 교수가 첫 발표를 했습니다. 그는 인지 활동의 존재뿐 아니라 그런 활동을 통합(integration)하는 과정이 의식이라고 했습니다. 마취중인 사람의 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에서 어떤 자극에 대해 더 많은 부위과 활성화되고 더 오래 활성화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그 그림들로부터 '시공간 상관(spatiotemporal correlation)'이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깨어 있는 것과 의식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식물인간 상태가 있겠죠.

관련하여 오후에 같은 그룹의 이운철 박사님이 복잡계 방법론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뇌의 각 부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측정하여 이로부터 연결망을 만들어 그 연결망의 구조를 보는데요, 연결망 효율성(임의의 두 노드 사이의 최단 거리의 역수의 평균)이 마취중일 때와 마취가 깬 상태일 때 다르다는 결과라든지, 매 순간 최소걸침나무를 구하여 두 노드 사이에 링크가 있냐 없냐하는 시계열을 만든 후 링크가 지속되는 시간의 확률분포를 보면 거듭제곱 꼴이 나온다는 결과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거듭제곱 꼴이 보편적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여튼 자기조직화 임계성(SOC)의 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사실 요즘 좀 피곤해서 졸음을 참지 못해 조느라 의학/생물학적 접근에 대한 다른 발표는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들은 마지막 세션은 일본 RIKEN 뇌과학연구소의 준 타니 박사, 텍사스 A&M 전산학과의 최윤석 교수, 도쿄대 물리학과 이케가미 교수의 발표로 이루어졌습니다.

마셔 교수가 정보 통합을 의식, 그렇지 않은 걸 '무의식'이라고 했다면, 준 타니 박사는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된 상태로의 전이 자체가 의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 두 상태가 번갈아 일어난다고 합니다. 삼각형 모양의 길을 따라 가다가 색깔이 있는 물체를 보고 인지를 하다가 다시 길을 가고 또 다른 물체를 인지하고 또 가는 로봇을 만들어 연구한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로봇의 상태는 주기 운동으로 표현되기도 하다가 매우 혼돈스러운 모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기 운동과 혼돈이 번갈아 나타납니다.

이외에도 로봇팔에게 물건을 밀어서 옮기는 걸 학습시키는데, 중간에 갑자기 물건의 위치를 바꾸면 순간 당황하다가 다시 적절하게 반응을 합니다. 이 로봇팔은 그냥 주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다시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로봇의 신경망은 두 층위로 나뉘는데, 하나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행동에 관련된 빠른 시간 규모, 다른 하나는 좀더 장기적인 예측을 위한 느린 시간 규모이며 이 둘이 서로 상호작용합니다.

이렇게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행동을 하고 또 미래를 예측하여 현재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당연히 어떤 오류가 발생하는데 그 오류의 분포가 거듭제곱 꼴이라고 하면서, 역시 SOC 얘기를 잠깐 하기도 합니다. 거듭제곱 꼴이라 보여준 그래프에 찍힌 점의 개수가 4-5개밖에 안되고 그렇다고 아주 깔끔한 거듭제곱도 아니었지만 여튼 뭔가 꼬리가 두꺼워 보이기는 했습니다.

이 분은 훗설, 메를로-퐁티, 하이데거 등 철학자의 논의를 가져와서 자신이 만들어 연구하고 있는 로봇의 논리와 결과를 이해하는데 직접 이용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철학자들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갈 뿐입니다.

최윤석 교수는 의식을 자신에 의해 100% 예측가능한 행동과 연관짓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행동'입니다. 즉 객관적으로 측정가능하므로 좀더 객관적인 방법으로 '의식'을 정량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의식 역시 진화 과정에 의한 것이라는 전제에서 유전자 알고리듬을 이용합니다. 내부상태를 갖는 여러 인공신경망에게 막대기를 똑바로 세우는 일을 시키면서 학습을 시키는데 유전자 알고리듬으로 성과가 좋은 것들만 남겨서 보니, 내부상태의 동역학이 예측가능할수록 더 성과가 좋더라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내부상태의 예측가능성"이 의식에 관한 객관적 필요조건이라고 합니다.

이케가미 교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는데요, 마음시간기계(Mind Time Machine; MTM)라는 걸 만들었다고 합니다. 야마구치 예술미디어센터의 홀에 커다란 스크린 3개를 전시해놓습니다. 또한 15개(?)의 카메라를 여기저기 달아놓고 스크린과 카메라가 외부 환경의 변화, 구경온 사람들의 반응 등에 반응하여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서 스크린에 보여주고 이 스크린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다시 반응하고... 약 세 달 정도를 이렇게 '살다가' 6월 30일에 '죽었다'고 합니다.

이케가미 교수는 어떤 개체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해 의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식이 뭐냐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발표가 끝나고 패널 토론에서 정보처리가 가능하면 의식이 있다고 보고 싶다는 주장을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가까스로 기억을 되살려 중구난방으로 썼습니다. 여튼 앞서 말했듯이 의식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어서 저마다 의식에 대한 정의가 다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널 오브 컨셔스니스 스터디즈(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라는 잡지가 1994년에 생겼는데 15년이 지난 작년에도 여전히 "의식의 정의"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하네요.

일단 의식에 관해 여러 학문분야에서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의식의 수준도 다양할텐데 어떻게 그런 수준을 구분할 수 있는지부터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 그리고나서 각 발표자들이 자신은 이러이러한 수준에서 의식을 논의하겠다라고 짚고 넘어가면 좀더 체계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게 할 때에만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다양한 학문들이 서로 어떤 층위에서 결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망도 가능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