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인슈타인의 유산
바라바시와 알버트의 척도 없는 네트워크 모형(Barabasi-Albert scale-free network; 줄여서 BA 모형)에서는 먼저 생성된 노드일수록 점점 더 많은 이웃을 갖게 되어 허브가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래된 노드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노드가 기존 노드보다 더 많은 이웃을 갖는 허브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BA 모형은 모든 노드가 언제 생성되는지 외에 모두 똑같다고 가정합니다. 앞서 말한 후발주자의 장점을 고려하기 위해 각 노드에 랜덤한 적합도(fitness)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노드가 기존 노드에 연결될 확률을 기존 노드의 이웃수와 적합도의 곱에 비례하도록 합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뒤늦게 생겼으나 적합도가 높은 노드가 먼저 생겼으나 적합도가 낮은 노드보다 더 많이 링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걸 책에서는 '적익부(fit-get-rich)'라고 하네요. "하지만 적합성은 가상의 양으로서 각 노드에 대해 적합성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과 도구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비슷한 얘기를 얼마 전에 한 적이 있죠.

이제, 각 노드에 주어진 적합도(η)를 그 노드의 에너지(ε)로 해석하고(ε = - kT log η; 여기서 k는 볼츠만 상수, T는 절대온도), 그 노드의 이웃수를 그 에너지를 갖는 입자의 개수로 해석합니다. 그러면 한 노드가 거의 모든 링크를 독식하는 현상을 양자역학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ion)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물리, 생물, 사회, 기술 네트워크들과 양자역학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해석'이라고 썼습니다. 다만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에 관한 수학적 틀이 "적합도가 높은 노드의 링크 독식"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짚으려는 것입니다.

밑줄 하나. "노드들은 항상 연결을 위해서 경쟁한다. 상호 연관된 세계에서 링크는 곧 생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9. 아킬레스 건
이 '링크'(장)에서는 네트워크의 견고성(robustness)을 다룹니다. 전력망에서 한 노드의 고장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기도 하고(1996년 미국 서부 정전 사태), 생태계에서 어떤 종들의 멸종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요.

좀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꿔봅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노드를 무작위로 없앴을 때 언제까지 전체 구조가 유지될까?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허브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무작위 또는 허브에 먼저 가해지는) 공격으로부터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조는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무작위로 노드를 없애나가면, 대부분의 경우 이웃수가 매우 작은 노드들이 선택될 확률이 높으므로 전체 구조에 영향을 주기 힘듭니다. 반대로 이웃수가 많은 허브를 먼저 없애기 시작하면 전체 구조가 빠르게 무너집니다. 이게 바로 네트워크의 '아킬레스 건'입니다. 요컨대 무작위 공격에 대해 '견고'하지만 허브 공격에는 '취약'한 특징을 모두 보여줍니다.

10. 바이러스와 유행
다음으로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바이러스나 유행이 어떻게 퍼지는가를 소개합니다. 척도 없는 네크워크가 아닌 경우, 한 노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그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어떤 문턱값보다 커야 합니다. 하지만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는 그 문턱값이 0이 됩니다. 즉 일단 발생한 바이러스는 웬만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죠.

결국 여기서도 허브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전염성을 한 노드에서 다른 노드로 병이 전염될 확률로 정의합시다. 허브가 감염되면 전염성이 매우 낮더라도 이웃수가 너무 많아서 결국 바이러스가 퍼지게 됩니다. 매우 단순하게 말했는데, 결국 이 얘기겠죠.

많은 사회연결망이 척도 없는 성질을 보인다는 사실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허브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지만, 감염된 사람 중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면에서 윤리적인 문제 또한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매우 반가울 것 같네요.

11. 인터넷의 등장
냉전 시대에 외부의 공격에 대해 견고한 통신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때 폴 배런은 중앙집중형(1개의 허브에 지국들이 연결)이나 탈집중형(몇 개의 허브 구조들이 연결)이 아니라 분산형을 제안했는데 무시당했다네요.

여튼 그보다 나중인 1960년대에 컴퓨터들을 연결시킨다는 개념이 발전하여 비로소 인터넷이 생겼다고 합니다. 첫 연결은 1969년 UCLA와 스탠퍼드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해 10월과 11월에 UC 산타 바바라와 유타 대학에 3, 4번째 노드가 만들어지고... 1971년 말까지 인터넷을 이루는 노드는 15개로 늘어납니다. 지금은 몇개나 될까요.

12. 웹의 분화 현상
웹페이지 사이의 연결은 방향성이 있습니다. 들어오는 링크가 적은 웹페이지는 발견되기 힘들며 심지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지요. 이 방향성에 의해 웹의 구조는 4개의 '대륙'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우선 '중심핵'의 페이지들은 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포탈 사이트나 요즘으로 치면 유명한 블로그 등이 여기 포함되겠죠. 다음으로 IN대륙과 OUT대륙인데요, IN대륙에서 출발하면 중심핵으로 갈 수 있지만 그 반대로는 갈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개인 웹페이지 정도 되겠네요. 중심핵에서 OUT대륙으로 갈 수 있지만 그 반대로는 갈 수 없습니다. 기업의 홍보용 웹사이트들이 OUT대륙에 많다고 합니다. 마지막 대륙은 IN대륙에서 중심핵을 거치지 않고 OUT대륙으로 연결시켜주는 덩굴과 다른 대륙들로부터 고립된 섬들로 이루어집니다.

웹의 방향성은 피할 수 없으므로, 웹의 전체 지도를 그린다는 목표는 쉽게 달성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물론 웹뿐 아니라 방향성이 있는 네트워크라면 이런 분화 현상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사이버스페이스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드와 아키텍처를 보다 면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는 사이버스페이스를 구성하는 벽돌과 시멘트에 해당한다. 한편 아키텍처는 코드를 벽돌 삼아 쌓아올린 구조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략) 웹의 아키텍처는 중요한 두 가지 층위인 코드와 그 코드를 이용하는 인간의 집합적 행동이 함께 작용해 얻어진 산물이다. 전자는 얼마든지 법원과 정부 또는 기업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후자는 일개 사용자나 기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략) 웹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이 취하는 개별적 행동에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진화하며, 그 결과로 나타난 아키텍처는 부분들의 단순한 총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3. 생명의 지도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도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여러 단계의 세포 간의 생화학 반응 과정"으로 구성된 신진대사 네트워크라든지, "유전자와 DNA에서 해독된 정보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을 노드로 하고, "이러한 단백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 반응"을 링크로 하는 조절 네트워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43개의 유기체에 대한 신진대사 반응을 정리해놓은 웹사이트로부터 자료를 내려받아 분석한 결과, 3단계 분리라는 좋은 세상 효과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네트워크 크기가 서로 다른 43개 유기체에서 모두 일정한 평균거리가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허브 역할을 하는 분자는 ATP, ADP, 물이라네요. 그리고 척도 없는 네크워크라는 것도 확인합니다.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가 어떻게 척도 없는 네크워크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단백질의 복제과정이 성장과 선호적 연결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14. 네트워크 경제
기업의 이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은 여러 기업의 이사를 맡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사들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79%의 사람들은 한 회사에만 몸담고 있었고, 14%는 두 회사, 7%는 세 회사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그중 버논 조르단은 10개 회사의 이사였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도 일종의 '선호적 연결'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회사는 여러 회사에 걸쳐 있는 영향력 있는 이사들을 영입하고 싶어"하는데, "그 회사로서는 상호 간에 걸쳐 있는 이사를 통해 다른 회사의 경험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외에도 바이오 산업 네트워크의 성장에서 허브의 역할을 하는 회사가 존재한답니다. 회사 간의 제휴와 협력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 분석될 수 있고,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등도 책에 언급됩니다.

15. 거미 없는 거미줄
끝입니다.

역시 책을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합니다. 각 링크마다 제가 '밑줄'을 그은 건 보면 아시겠지만, 네트워크의 "노드들은 왜 다른 노드를 링크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회 네트워크의 경우, "당연한 욕구" 외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정도가 눈에 띕니다. 사회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미시적인 설명이 더 필요하며, 이건 게임이론 등 미시경제학에서 이루어져온 네트워크 연구로부터 배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