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옮기니 역시 어색합니다. 오늘부터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복잡연결망의 새 첨단(New Frontiers in Complex Networks)" 학회에 다녀왔습니다. 다음주에 호주 케언즈에서 열리는 제24회 국제통계물리학회의 위성 학회 중 서울에서 두 개가 열리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는 조금 멀기도 하고, 그렇다고 일찍 일어나기도 힘들어서;;; 첫 발표는 듣지 못했습니다. 오전의 두번째 발표이자 마지막이었던 쿠르쓰(J. Kurths) 교수의 "기후연결망의 등뼈(The backbone of the climate network)"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표면 전체를 위도와 경도 각각을 2.5도 정도씩 격자로 나누는데 격자점의 개수가 10225개쯤 되고 각 위치에서 측정한 수십년의 기온 자료를 이용합니다. 수십년이라고 해도 한 달에 한 개짜리라 750개쯤밖에 없습니다만.

여튼 이러한 각 위치의 시계열로 위치 사이의 상관을 상호정보(mutual information)라는 양으로 측정한 후 일정한 값 이상 되는 것만 링크로 연결하여 연결망을 구성한 뒤, 이웃수가 많은 놈들도 보고, 사이중심성이 높은 놈들도 봅니다. 이웃수가 많은 놈들은 태평양에서 나타나는 엘니뇨 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극지방도 이웃수가 높더군요. 사이중심성이 높은 노드들의 위치는 해류의 순환과 거의 일치합니다. 70년대 중반쯤을 기점으로 그 이전 시기와 그 이후 시기를 따로 분석해서 사이중심성의 차이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제45회 한림심포지엄으로 열린 "복잡계 네트워크를 이용한 융합 학문"을 같은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통계물리의 대가이자 6년 전 볼츠만 메달을 수상한 유진 스탠리 교수는 경제물리학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주식시장의 거품(bubble)과 같이 하향 추세에 있다가 급격히 상향으로 바뀐다든지 그 반대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또 예측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잘 알려진 주식시장의 로그수익의 분포가 지수가 -3인 거듭제곱 분포라는 얘기부터, 통계물리의 상호작용하는 스핀 시스템으로 경제현상을 이해하고자 할 때 사람들 사이의 군중 효과는 스핀 사이 상호작용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뉴스는 외부자기장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또한 상전이와 같은 일들이 경제현상에서도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그게 언제인지 어떻게 아느냐.라는 질문에, 지수함수로 감소하는 영향이 역시 지수함수로 증가하는 경로의 수에 의해 상쇄될 때다.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사실 발음을 잘 못알아들을 때가 많아서 발표 슬라이드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다른 말이 아니라 가지치기 과정에서 임계점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튼 경제현상을 미시적으로 스핀 시스템에 대응시키려면 스핀의 대칭성에 해당하는 "행위자의 대칭성"은 어떠한지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데 별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질문 시간에 켈테츠 교수가 그런 대응이 신고전 경제학으로 보인다면서 행위자에 대한 기본 가정이라든가... 이런 얘기를 꺼냈는데, 스탠리 교수는 요즘 프로그램 매매를 보면 인간의 심리가 작용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는 식으로 대답했습니다.

다음으로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의 피에트로네로(L. Pietronero)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본인이 3년 전 국제통계물리학회를 조직하면서 학회 등록 마감일까지 등록자 수의 시계열을 분석하여 <네이처 피직스>에 낸 "학회 등록: 사람들은 마감일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짧은 글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뒷부분은 사실 학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을 대중강연 하듯이(그러고보니 대중강연이었군요;;;) 해서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었습니다.

괴팅엔 대학의 가이젤(T. Geisel) 교수는 전염병 확산 모형 중 SIR 모형에 공간적 확산 항을 넣었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아주 잘 알려진 것이죠. 그런데 이건 병을 옮기는 생물 등 개체들이 국소적으로 랜덤하게 움직인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입니다. 요즘처럼 다양한 운송수단이 있다면 그냥 랜덤이 아니라 레비 비행(Levy flight)과 같은 먼거리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 그걸 위해 분수미분방정식(fractional differential equation)을 도입하여 푼 결과(보니까 이미 80년대 중반에 얻은 결과더군요)를 제시합니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분수미분을 도입할 수 있는데 지폐의 운동을 추적해보면, 이러저러하게 움직일뿐 아니라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고 머무르는 시간의 분포가 거듭제곱 분포일 때, 이를 기술하기 위해 시간에 대한 분수미분이 필요합니다. 발표를 알기 쉽고 깔끔하게 잘 해주었습니다.

카이스트 문수복 교수님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해주셨습니다. 싸이월드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대한 연구 결과 이웃수의 거듭제곱 분포 영역이 둘로 나뉘는 현상이라든지, 트위터에서 팔로워만으로는 정보의 확산을 모두 설명할 수 없고, 리트윗이라는 (동역학적) 행위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욘 클라인버그의 발표자료를 인용하면서 "밈"의 전파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마지막은 강병남 교수님이 해주셨는데요, 함께 팔리는 상품들 중에 맥주와 기저귀가 있다고 합니다. 농담처럼 말씀하셔서 진짜인지 모르겠는데, 남자들이 애기 기저귀를 사면서 술이 땡겨서 맥주도 같이 사서 그렇다고...;;; 비슷하게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하면 그 책과 함께 팔린 다른 책들을 보여주면서 마케팅한다는 거죠. 그래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상품 분류도 소비자 위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인터넷에 널려 있는 수많은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앞으로 계산사회과학의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