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19일)부터 금요일(23일)까지 호주 케언즈컨벤션센터(Cairns Convention Center)에서 제24회 국제통계물리학회가 열립니다. 오늘 아침에 약간 늦게 가서 서둘러 등록을 하고 첫 플레너리 세션으로 Sachdev의 강연을 중간부터 들었습니다. 소책자에 나와 있는 제목을 한국어로 쓰면, "양자상전이, 큐프릿(cuprate) 초전도체, AdS/CFT 대응"인데;;; 중간에 블랙홀도 나오고... OTL이었습니다. 어제 잠을 푹 잔 편인데도 졸리더군요.

9시 50분부터는 네 개의 세션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그 전에, 학회는 모두 11개의 주제로 나뉩니다. 통계물리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데요, 한국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제1. 통계물리의 일반적 측면: 상전이, 임계현상, 열역학, 연결망과 그래프 등
주제2. 수학적 측면: 엄밀한 결과, 정확한 해답, 행렬 모형, SLE, 조합론 등
주제3. 비평형 과정: 몰리는 시스템, 수송이론, 풀림 현상, 무작위 과정, 요동, 큰 편차 등
주제4. 양자 시스템: 강상관전자, 차가운 원자, 그래핀, 부드러운 양자물질, 중시양자현상, 분수양자홀효과, 낮은 차원 양자장론, 양자상전이, 양자정보와 양자얽힘 등
주제5. 유체와 부드러운 물질: 분자와 이온유체, 준안정 유체, 중합체, 젤, 액정, 미시이멀전, 거품, 막, 콜로이드, 알갱이체 등
주제6. 표면과 경계현상: 성장과정, 젖기, 표면효과, 필름, 가둬진 시스템 등
주제7. 비선형 현상: 동역학 시스템, 문양형성, 유체역학 불안정성, 난류, 화학작용 등
주제8. 무질서와 유리 시스템: 스미기, 스핀유리, 구조적 유리, 붐빔, 유리전이, 알고리즘 문제 등
주제9. 생물물리: 분자모터, 세포규모의 동역학, 생물 시스템에서 시공간적 짜임, 생물학적 막, 생중합체 접힘 등
주제10. 생물자료의 통계적 모형화: 유전체학, 생물 연결망, 진화모형 등
주제11. 통계물리의 학제간 주제: 응용 연결망, 경제물리학, 사회현상, 정보이론, 교통흐름 등

그러고보니 참 다양하네요. 여튼 첫 동시세션 중 주제3을 선택하여 들었습니다. 첫 발표로 스타반스(J. Stavans)는 2차원 오스트발트 익음(Ostwald ripening) 현상에서 나타나는 지속지수(persistence exponent)의 보편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서;;; 위키를 찾아보니 오스트발트 익음이란 고체/액체 용액에서 비균질한 구조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현상이라고 하네요. 이를테면 물방울들이 제멋대로 뿌려진 상황에서 가까운 물방울들이 뭉쳐서 커지는 그림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물방울은 처음 뿌려진 그대로 꽤 오랫동안 가만히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걸 '지속'으로 표현합니다. 그럼 각 물방울이 지속되는 시간을 잴 수 있고 그 분포를 재보면 거듭제곱 꼴이 나오고 그 지수가 보편적이다.라는 말로 보입니다. 희미한 기억에 기대어 쓰다보니 불분명하네요;;;

다음으로 명지대 권철안 교수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비선형 표류힘이 있을 때 비평형정상상태(NESS)를 자체 모순없는 건드림이론으로 푸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 세션 마지막 순서는 사이토(Y. Saito)의 "몰리는 시스템에서 거울대칭군(Homochirality in driven systems)"이었습니다. 분자들 중에 거울대칭이 있는 놈들이 있는데 대칭이 없는 분자들(A), 대칭이 있는데 왼손쪽(S)과 오른손쪽(R)의 분자들이 있습니다. 두 A가 만나서 모두 S로 바뀐다거나, 모두 R로 바뀐다거나 하는 작용을 통해 대칭이 깨져서 질서변수가 0에서 양수로 변하는 상전이도 나타나고 한다네요.

과일과 차/커피가 준비된 휴식시간을 보내고 다음 동시세션에서 역시 주제3을 선택하여 들었습니다. 페라리(P. Ferrari)는 1차원 KPZ 표면성장 모형을 수송모형의 일종인 TASEP에 본뜬 후에 이를 랜덤행렬이론(random matrix theory)에 연관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초기조건으로 격자의 절반 한쪽에 입자를 몰아넣는 경우 한점분포(one point distribution)는 GUE(Gaussian Unitary Ensemble)의 결과와 일치하며, 초기조건으로 격자의 짝수번째에만 입자를 놓고 시작하는 경우는 GOE(Gaussian Orthogonal Ensemble)의 결과와 부분적으로만 일치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KPZ - TASEP - GUE/GOE로 이어지는 게 뭔가 신기했습니다.

레너드(S. Leonard)의 스스로 움직이는 입자들의 집합적 운동을 유체역학 방정식을 이용해 기술하는 발표는 조금 듣다가 집중하지 못해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네요. 코스타(A. Costa)는 경계에 의해 몰리는 접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연속 전이에 관한 발표를 했습니다. 접촉 과정에서 입자가 오른쪽으로만 복제되도록 하고, 맨 왼쪽 자리는 항상 입자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러면 흡수상태가 사라집니다. 질서변수로는 x와 t가 모두 무한대에서 입자의 밀도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불연속 전이가 나타난다네요. 그리고 뭔가 새로운 지수도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뭐였는지 역시 기억이;;; 이 세션의 마지막은 레이드(J. Reid)의 발표였는데, 완전히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와서 포스터 발표를 들었습니다. 서울시립대 이현근 박사님의 발표를 한국어로 친절하게 들었습니다. 요즘 연결망 연구분야에서 활발한 폭발적 스미기(explosive percolation)의 메커니즘에 대한 수학적 접근을 얘기해주셨는데요, 시스템 크기 N보다 차수가 낮은 개수의 덩어리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덩어리 개수에 비례하는 링크로 연결되면 비로소 스미기가 일어나는데, 덩어리 개수에 비례하는 링크의 개수는 N보다 낮은 차수이고, 조절변수를 틀맞추면(normalized), 결국 순간적으로 스미기가 일어나므로 1차 상전이가 된다.는 것을 덩어리 크기 분포에 관한 가정으로부터 보여주셨습니다.

오후 3시 반에는 다시 플레너리 세션으로 원래 목요일 발표였던 MS의 프리드만(M. Freedman)이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이징양자컴퓨터를 위한 이론적 청사진"이었는데요, 양자홀효과(QHE)와 자신의 ISH(Ising Sandwich Heterostructure)를 계속 비교하면서 ISH가 더 좋다던가... 가물가물.

다시 동시세션. 주제1을 들었습니다. 경북대 이상법 교수님은 굳은 무질서가 있는 보존격자기체 모형에서 흡수상전이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셨습니다. 다음으로 호주국방부의 칼로니아티스(A. Kalloniatis)는 구라모토 모형의 동기화를 라플라스 행렬의 고유값을 이용한 동역학적 성질로부터 이해하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그게 국방(defense)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묻고 싶었으나 말았습니다. 곱론(T. Gobron)은... 이징 모형의 자기이중성(self-duality)을... 블라블라... 그래프로 끼워넣겠다는... 거였던 것 같은데, 논문 초안 같은 걸 그대로 발표자료로 써서 당황... 이 세션 마지막으로 산토스(F. Santos)가 상전이를 위상학적 변화로 이해하는 맥락에서 XY 모형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분은 3년 전 이탈리아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길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으로 제 블로그 중 "상전이의 원인"을 참고하세요.

다시 과일과 차/커피와 함께 휴식 시간을 가진 뒤에, 주제11 세션을 들으러 갔습니다. 로레토(V. Loreto)는 언어의 발생과 진화에 관한 통계물리학적 접근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요, 일부는 3년 전 에리체에서 열린 사회동역학 학회에서 들은 것이었습니다. 여튼 자칫 이도저도 아닐 수 있는 학제간 연구를 연륜있는 학자가 잘 만들어서 하는 것으로 보였고, 저도 그런 부분에서 자극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소책자와 다른 분이 발표를 했는데, 베이지안 추론을 이용하여 이미지 처리를 하는 연구 발표가 있었고, 그 다음에는 아이다(T. Aida)가 비모수 베이지안 통계추론을 되틀맞춤무리(RG)를 이용하여 이러저러하게 풀어내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은 쿤(R. Kuehn)이 푸아송 분포로 만들어진 연결망에서 신용부도스왑(CDS)을 도입했을 때 부도의 연쇄반응의 결과가 다양한 경우(보험자가 관계된 경우 등)에서 어떻게 되는지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 내일은 오늘처럼 저녁 7시 5분에 끝나는데, 덧붙여 저녁 8시 5분부터 50분 동안 칭화대의 양첸닝(C.N. Yang)의 강연이 있습니다. 밤 9시에 끝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