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더 일찍 일어나서 여유있게 갔습니다. 9시에는 케이츠(M. Cates)가 "미생물학은 통계물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박테리아 군집의 행동을 간단한 모형을 이용하여 푸는 내용이었는데요, 미세균형(DB)이 있는 콜로이드와 비교할 때 박테리아는 DB가 만족되지 않는 비평형 시스템입니다. 박테리아의 운동은 달리고 뒹굴기(run and tumble; R&T)로 모형화하는데, 여기서 뒹군다는 건 방향을 바꾼다는 말입니다. 초당 20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속도(v)로 직선 운동을 하다 1초에 한 번 꼴로 (랜덤하게?) 방향을 바꾸는데 뒹구는 비율을 α로 씁니다. 뒹구는 비율은 산소, 먹이, 독 등의 농도의 변화량에 의존하며 간단히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나서 박테리아의 위치에 따른 밀도 ρ(x)를 보면 v(x)의 역수쯤 됩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곳에 박테리아가 많이 모여 있겠죠. 만일 환경이 시간에 따라 변하면 α 역시 시간에 따라 변하겠죠. 과거의 기억이 쌓여서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어떻게 될거냐...라는 얘기도 하고요, 박테리아가 로지스틱 본뜨기(logistic map) 모양으로 증식하는 경우도 다룰 수 있습니다. 문제 설정과 풀이 등이 잘 와닿아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9시 50분에 시작한 동시세션은 주제7로 갔습니다. 탕(L.-H. Tang)은 평균장 구라모토 모형에 대해 리뷰하고나서 유한크기 눈금잡기 분석, 낮은 공간차원에서 구라모토 모형 분석 등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제목은 "동기화하느냐 동기화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입니다. 제가 연구해온 방향성 있는 모래더미 모형 중 하나를 처음으로 정확히 푼 1989년 논문의 공저자인 라마스와미(R. Ramaswamy)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동기화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는데, 두 시스템이 서로 달라도 같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동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베르나르디(S. Bernardi)는 비평형분자동역학 연구와 관련하여 리아푸노프 스펙트럼을 계산하여 경계조건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동시세션은 주제3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볼츠만 메달 수상자인 데리다가 좌장이었는데요, 정확한 해를 구하는 발표들이라 재미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오히려 더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데리다의 제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말릭(K. Mallick)은 비대칭단순밀어내기과정(Asymmetric Simple Exclusion Process; ASEP; '어셉')을 박스터의 TQ 방정식을 이용하여 푸는 걸 보여줬습니다. 여러 종류의 입자가 있고 각 입자의 종류에 번호를 매긴 후에 번호가 낮은 입자가 높은 입자를 추월해서 움직일 수 있는 모형에 대한 풀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예전에 혼자 데리다의 논문을 본 적은 있는데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타일뤄(J. Tailleur, 발음을 몰라서 대충;;;)는 1차원 수송 모형의 평형 바깥(out of equilibrium)을 평형(equilibrium)에 본뜨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대칭단순밀어내기과정(SSEP)은 격자 모형인데 격자의 크기를 무한대로 보내는 극한에서 입자의 밀도를 정의해서 기술합니다. 결국 입자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확산항과 밀도의 함수인 진폭을 갖는 노이즈항의 합으로 주어지는 확산방정식을 푸는 건데요, 이 방정식을 장론을 이용한 형식으로 나타내고 이러저러하게 풉니다. 미세균형이 있는 경우라면 온사거-마클룹 대칭(Onsager-Machlup symmetry)을 이용한 변환을 통해 평형 문제로 본뜰 수 있고(라고 한 것 같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좀더 복잡한 형태의 변수변환을 통해 평형으로 본뜰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식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지저분해서 그게 어떤 물리적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뭐가 됐든 평형 바깥을 평형으로 본뜨는 일이 물리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인지도 궁금합니다.

볼메어-리(B. Vollmayr-Lee)는 어제 들었던 오스트발트 익음 현상과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징 동역학은 질서변수가 보존되는 가와사키 방식이 있고 보존되지 않는 글라우버 방식이 있는데요, 각각의 경우 영역구조의 시간에 따른 성장을 기술하는 지수 α는 글라우버의 경우 1/2, 가와사키의 경우 1/3이고, 후자가 초보편적이다.라는 표현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α로 보편성 분류를 나눌 수 있는데, 영역의 형태로 나누는 보편성 분류가 앞의 분류와는 다르다는 주장을 합니다. 영역의 형태(domain morphology)는 경계면의 동역학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구조요인(structure factor) 등을 통해 볼 수도 있습니다. 뒷부분은 이해가 잘 안되어서 여기까지;;;

복센봄(E. Boksenbojm)은 선형반응이론의 요동-흩어지기 관계(FDR)를 평형 바깥에 대해 새로 구합니다. 평형 상태에서 FDR은 시스템을 건드려보지 않아도 엔트로피를 알고 있으면 건드렸을 때의 반응을 알 수 있지만, 평형 바깥에서는 건드림으로 인해 엔트로피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광기(frenesy)항이라 부르는 초과된 양을 빼줘야만 실제 시스템에서 관찰되는 반응을 정확히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고, 포스터 발표를 들었습니다. 지물리학(geophysics)에서 난류 문제를 장론으로 푸는 연구에 대한 발표를 들었습니다. 수식은 복잡해서 건너뛰고 바로 결과 설명으로 들어가더군요. 문제를 푸는데 해상도를 높여도 스펙트럼의 거듭제곱 꼴이 유지되더라.라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 격자 위의 접촉 과정에서 가로방향 복제율과 세로뱡향 복제율을 다르게 하고, 또한 가로방향 복제율을 홀수층만 새로운 변수를 도입한 모형에서 상전이는 결국 똑같지만(RG로 생각하면 당연) 그 상전이로 접근하는 모양을 유한한 시스템에서 수학적으로 풀어낸 결과를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에센 뭐시기 정리를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중심극한정리에서 N 의존성을 보여주는 좀더 일반화된 정리입니다.

3시 반부터 호주국립대의 박스터(R. Baxter)의 플레너리 강연을 들었습니다. 제목은 "풀린 격자 모형들: 1944-2010"입니다. 1944년은 온사거가 2차원 이징 모형의 정확한 해(solution)와 임계지수를 구한 논문이 나온 해(year)죠. 그 이후로 여러 통계물리학자들이 좀더 이해하기 쉬운 해를 찾았다거나, 이징 모형보다 좀더 일반적인 문제를 풀었다거나 하는 얘기들을 역사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목소리가 갈라져서 제 귀로는 영어를 잘 못알아듣겠더군요. 그래도 흐름은 느껴졌습니다. 특히 전달행렬의 맞바꿈(commutation) 성질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서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걸 모르니 역시 그런가보다... 각 스핀이 0부터 N-1의 상태를 갖는 모형에서 자기화에 대한 추측이 제시되었고 풀렸다(?)고도 들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예정시간보다 10분이나 지날 때까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3차원 이징 모형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 풀면 나한테도 알려달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오늘 저녁 특별세션의 주인공인 양첸닝이 온사거에 관한 일화를 얘기해줬습니다. 어디 학회 갈 일이 있어서 공항에서 온사거와 서로 다른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2차원 이징 모형을 어떻게 풀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당시가 전쟁중이라 학생이 없어서 심심해서 작은 행렬부터 다 풀어보기 시작했답니다. 9*9, 16*16... 이렇게 몇 개 풀고나니 여전히 규칙성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결국 그게 2차원 이징 모형을 풀게 된 계기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온사거 논문이 깔끔하지 못하고 다들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일화(?)는 일본 학자가 얘기했는데, 입자물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남부가 1940년대 후반에 3쪽짜리로 2차원 이징 모형을 풀었다가 너무 짧아서 출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동시세션에서 주제3을 택했습니다. 무니안디(S.V. Muniandy)는 먼지가 있는 플라즈마에서 나오는 신호를 여러 규모의 웨이블렛 분석을 해보니 여러겹쪽거리(multifractal) 현상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또 이걸 분수미적분(fractional calculus)을 이용해서 분석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여러겹쪽거리 현상의 물리적 원인이 뭐냐고 물으니 먼지 등이 띄고 있는 전하가 먼거리 쿨롱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웃수미(Y. Utsumi)는 두개의 양자점(quantum dot)에 전류를 흘리는 실험을 통해 요동이론이 맞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데 실험조건의 온도를 그대로 쓰면 안되고 '실질온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사라치노(A. Sarracino)는 작은 입자들이 많이 있는 곳에 커다란 입자가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한 FDR을 연구하여 보여줍니다. 얼마전에 통계물리 월례미팅에서 카이스트 이억균 교수님이 발표하신 세팅과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입자의 밀도가 낮으면 평형으로 이해할 수 있고, 밀도가 높으면 평형 바깥으로 봐야하며 기억효과 등이 들어간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였을 거에요 아마;;; 조바드(S. Joubaud)는 파인만 미늘톱니바퀴(ratchet)를 '거시적'으로 만들어서 실험하고 여기서 요동이론 분석을 합니다. 톱니바퀴에 해당하는 날개들이 공기분자의 충돌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크기가 (구슬만큼?) 큰 알갱이들이 들어있는 통을 진동시켜서 이들이 날개를 때리게 합니다. 장난감 같아서 실험하기에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날개의 한쪽 면만 테잎 등을 발라서 날개를 비대칭으로 만들면 어떻게 되는가...도 보고 그러더라구요.

휴식 시간을 갖고나서 주제11. 정하웅 교수님이 방향성 있는 연결망에 관한 최근 연구들을 역시 재미있게 발표해주셨습니다. 말을 빨리 하셔서 듣는 제가 숨쉬기가 힘들었는데, 듣다보니 다시 편안해졌습니다;;; 노드 입장에서 노드를 가리키는 들어오는 링크는 인기(popularity)에 해당하는데 이건 본인의 의지가 직접 반영되기 힘들고, 나가는 링크는 그 노드의 사회활동 정도를 나타내므로, 링크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들어오는 링크의 이웃수지수(degree exponent)는 2.1로 보편적인 것 같은데 왜 그런지 궁금해지더군요. 디키슨(M. Dickison)은 전염병 확산 모형을 복잡연결망 위에서 연구했는데, 건강한 노드가 병든 노드와의 연결을 끊고 다른 건강한 노드로 연결함으로써 병의 전염에 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콘노(T. Konno)는 복잡연결망 위에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할 때 C가 시스템 전체로 퍼질 조건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2006년에 오츠키 등이 <네이처>에 낸 결과는 b/c>k였는데 콘노는 k가 아니라 k_nn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이웃수가 아니라 이웃들의 이웃수의 평균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생각해보면, 한 노드의 상태를 업데이트할 때 이웃들의 보수를 봐야하는데 그 보수는 이웃들의 이웃들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일리 있어 보입니다. 이 세션 마지막 발표자는 헤이네스(C. Haynes)인데 쪽거리 격자의 스펙트럴 차원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무슨 소린지 잘;;;

저녁을 급히 먹고 와서, 양첸닝의 특별세션을 들었습니다. 제목은 "1차원 조화덫에서 페르미온과 보존"입니다. 조화포텐셜 안에 놓여 있는 양자입자들에 델타함수 상호작용이 주어지는데 그 세기 g를 실험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이전에는 상상의 나래만 펼쳤다면 이제는 실험실에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g에 따른 시스템의 에너지에 관한 추측을 간단한 계산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g가 음수일 때는 스핀 1/2 페르미온의 경우 업스핀과 다운스핀이 쌍을 이루는데, 입자 개수가 매우 많아지는 극한에서는 고전적인 토마스-페르미 방법(T-F method)이 잘 맞는데, 결국 입자가 많아지면 입자의 상관길이가 매우 짧아져서 고전적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이유를 제시합니다. 그외에 델타함수 상호작용은 있는데 조화포텐셜은 없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이론적인 예측을 하고나서 앞으로 실험을 통해 관찰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얼개는 단순해보였습니다. 그게 원래 좀 단순한 시스템인지, 아니면 대가라서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설명해준 건지... 아니면 원래 복잡한 얘기인데 제가 이해를 제대로 못해서 '단순해보인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여튼 뭔가 대가의 화려함...보다는 (역시 잘 모르지만) 명료한 느낌이 더 빛났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