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시의 새 책 <버스트(Bursts)> 한국어판을 읽고 있습니다. 절반쯤 읽었는데 재미있네요. 읽다가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을 포함하는 문단을 옮겨봅니다.

그런 내 경험상, '더 적을수록 더 크다'는 리처드슨의 경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세계 대전이나 갑부나 월드와이드웹의 허브처럼 큰 사건일수록 드물다는 것, 그것이 멱함수 법칙의 핵심 속성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큰 사건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봐도 좋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오히려 푸아송의 세계가 그런 예욋값들을 금지한다. 무작위적 세계에서는 구글이나 야후가 수백만 개의 링크를 끌어들일 수 없고, 빌 게이츠가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없고, 사망자가 수백만 명인 전쟁이 벌어질 수 없다. 그런 드문 사건들이 자연히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예측한다는 점이야말로 멱함수 분포의 핵심이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는 데이터가 소수이지만 늘 존재한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멱함수 법칙이 있는 곳에는 항상 예욋값들이 있다. - 바라바시, <버스트> 151-152쪽

"큰 사건은 반드시 일어난다." 저도 거듭제곱 법칙(멱법칙; power-law)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 편이었는데, 바라바시가 한 이 말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거듭제곱 법칙의 세상에서 큰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에서 갑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라는 거죠. 사회 곳곳에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면 그런 세상에서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모든' 사건이 '크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큰 사건'의 빈도는 전체 사건 중 아주 작은 비중일 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무작위의 세상'이 아니라 양의 되먹임(빈익빈 부익부보다 더 일반적인 표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큰 사건은 반드시 일어난다... 도로에서 커다란 교통체증 역시 반드시 일어난다... 수백만 명이 죽는 커다란 전쟁 역시 반드시 일어난다...

물론 전제는 어떤 식으로든 '양의 되먹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존재하지 않으면 좋든 싫든 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엄청나게 작겠죠. 여기서 질문 하나. 양의 되먹임은 왜 존재하는가? 어떤 조건 아래에서 양의 되먹임이 존재하는가? 양의 되먹임의 원인은 무엇인가?

인간관계의 허브라면 그는 수많은 사람과 교류함으로써 가치 있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질문이 생겼을 때 적은 정보를 지닌 사람보다 많은 정보를 지닌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원하는 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나는 허브에게 질문함으로써 허브는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됩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죠. 실세에게 붙어야 뭐가 되든 될 겁니다;;; 그런데 내가 실세에게 붙음으로써 실세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좀더 깔끔한 말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