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 우리 논문의 주요 결과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위의 각 그림에는 네 개의 곡선이 있는데 각 곡선은 색깔과 모양에 따라 자아:BF(가장 친한 친구)가 남:남, 남:여, 여:남, 여:여 중 하나를 나타낸다. 어떤 색깔/모양이 어떤 성별에 해당하는지는 (c)에 나와 있다. 물론 남자가 M, 여자가 F다.


이제 (a)를 보자. 자아와 BF의 나이 차이가 10년 이하인 경우다. 딱 눈에 띄는 건 남:여 곡선과 여:남 곡선이 45세 이하에서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가 당연하지는 않은데, 일반적으로 내 BF의 BF가 내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남:여 곡선과 여:남 곡선을 보면 서로 BF인 남여 커플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가상의 한 커플을 생각해보자. 이 커플은 10때에는 가까운 동네에 살다가 20대가 될 때까지 점점 멀어진다. 아마도 다른 도시에 있는 대학을 가거나 취직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다시 가까워지는데 대략 결혼(또는 동거)을 하는 시기로 보인다. 물론 멀리 간 연인과 헤어지고 가까운 데 사는 다른 사람을 찾았을 수도 있다. 이 경향은 40대 중반까지 이어지다가 더 나이가 들면 비로소 남:여 곡선과 여:남 곡선 사이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이 얘기는 '해석'일 뿐이고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분석한 데이터는 기껏해야 1년 정도 긴 데이터라서 한 사람의 '일생'을 추적한 것도 아니다. 다만 다양한 나이와 성별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횡적 데이터를 '종적으로 해석'했을 뿐이다.


남:여 및 여:남 곡선과 달리 남:남 곡선과 여:여 곡선은 좀 다르다. 20대 중반까지는 이 두 곡선이 거의 일치하지만 그 이후에는 여:여 곡선이 남:남 곡선보다 위에 있다. 즉 여성 자아의 여성 BF가 남성 자아의 남성 BF보다 대체로 더 멀리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b)를 보자. 재밌게도 자아와 BF의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곡선이 거의 겹친다. BF들은 자아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서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진다. 자아와 BF의 나이차가 10년 초과인 경우는 우리가 부모-자식 간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데이터를 더 자세히 보면, 예를 들어 25세 여성 그룹의 경우 이들의 BF들의 나이 분포를 보면 20대 중반에 큰 피크가 하나 있고 50세 근처에 조금 작은 피크가 하나 더 있다. 60세 남성의 경우 그들의 BF들 역시 자기들 또래이거나 30세 근처다. 즉 대략 한 세대(25년) 차이에 있는 피크는 그들의 부모거나 자식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부모-자식 관계에서 성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게 (b)에서 여러 곡선이 다 겹쳐 보이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대략 이런 식으로 우리가 얻은 결과를 '해석'했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다. 얼마든지 우리 해석이 틀릴 수도 있고, 또한 우리가 고려할 수 없었던 다른 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실제로 논문에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얼마든지 비판받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럼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