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젠센(Jensen; 옌센?)의 책 <Self-Organized Criticality(자기조직화 임계성)>를 공부하다가 "모래쌓기 모형과 지진 모형의 차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문제는 보존법칙이 임계성에 필수적인 조건이냐 아니냐다. 모래쌓기 모형의 경우 사태가 일어나는 동안 시스템의 경계를 제외하고 모래알의 개수가 보존된다. 이러한 모래쌓기 모형에서는 임계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지진 모형(특히 Olami, Feder, Christensen의 모형, 첫 글자만 따서 OFC 모형이라고도 한다.)에서는 사태가 일어나는 동안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총량이 보존되지 않는 경우에도 임계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1992년에 OFC 모형을 처음 제시한 OFC의 PRL 논문[1]에서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을 때에도 사태크기의 분포가 거듭제곱 꼴인 임계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였으나 2000년 de Carvalho와 Prado의 PRL 논문[2]은 사태크기의 분포가 거듭제곱 꼴이라고 하더라도 SOC 모형을 가지치기 과정(branching process)으로 이해할 때 가지치기 비율(branching rate)이 1이 되느냐 아니냐로 판단할 때에는 에너지가 보존될 때에만 임계현상이 나타나며 에너지가 아주 조금 보존되지 않을 때에는 시뮬레이션을 돌린 시스템의 크기가 작아서 사태크기의 분포가 거듭제곱 꼴인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한다. (쓰고나니 단 한 문장이다;;)

1년이 더 지난 후에 이 논문에 대한 코멘트[3]가 OFC의 마지막 C인 Christensen과 동료들(그 중 한 명이 Jensen이다)에 의해 나왔는데,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더라도 시스템 크기를 계속 키우다보면 가지치기 비율이 1에 접근하므로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더라도 임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고, 이에 대해 de Carvalho와 Prado는 다시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랜덤 연결망 위에서 OFC를 돌린 결과에서는 시스템 크기를 키워도 가지치기 비율이 1에 가까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4].

또 다른 연구(Lise와 Paczuski [5])는 에너지 보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변수 α의 값과 무관하게 사태크기의 분포가 지수가 -1.8인 거듭제곱 꼴이어서 여기에 일종의 보편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 논문은 아직 보지 못했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 것이 Boulter와 Miller의 2003년 PRE 논문[6]이다. 만일 사태크기(s)의 분포가 깨끗한 거듭제곱 꼴이라면, 즉 P(s) ~ s^(-τ)이면, log P(s) / log L + τ log s / log L 은 상수여야 한다. 두번째 항의 log s / log L은 사태 차원이라고 하며 D로 정의한다. 즉 log P(s) / log L + τ D를 τ = 1.8로 하고, D에 따라 그렸을 때 수평선이 나와야 Lise와 Paczuski의 주장이 정당화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τ는 명백히 α의 함수로 주어진다.

이외에도 보존법칙이 임계성의 필요조건이냐 아니냐를 두고 계속 논란이 되었던 것 같다. 역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보존되지 않으면서도 임계성이 나타나는 모형을 제시했다는 논문들이 작년과 올해 저널들에 실린 것을 확인했다. Jensen의 책은 1998년에 출판된 것이고 비보존 시스템에서도 임계성이 나타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모래쌓기 모형과 지진 모형의 차이점(즉 비보존 시스템의 임계성)을 이러저러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원래 글에서 이 차이를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그러한 차이가 실제로 맞는 것인지조차 모르겠어서 일단은 유보해야겠다.

[1] Z. Olami, H.J.S. Feder, K. Christensen, PRL 68, 1244 (1992)
[2] J.X. de Carvalho, C.P.C. Prado, PRL 84, 4006 (2000)
[3] K. Christensen, D. Hamon, H.J. Jensen, S. Lise, PRL 87, 039801 (2001)
[4] J.X. de Carvalho, C.P.C. Prado, PRL 87, 039802 (2001)
[5] S. Lise, M. Paczuski, PRE 63, 036111 (2001)
[6] C.J. Boulter, G. Miller, PRE 68, 056108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