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해리 셀던(Hari Seldon)의 심리역사학이 21세기의 사회물리학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모호한채로 남겨져 있었다. <파운데이션>에도 이런 얘기가 아주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름대로 좀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우선 복잡계를 어떻게 분석하고 모형화할 것인가를 알 필요가 있다. 이는 <복잡계 개론>을 보면 잘 정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일단은 행위자기반모형(ABM)이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ABM의 기본 구성요소는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자.


1) 다양한 규모에서 정의되는 수많은 행위자들

2) 의사결정 휴리스틱(주먹구구)

3) 학습규칙 또는 적응과정

4) 상호작용 구조

5) 비행위자 환경


다시 정리하자면, 행위자는 온곳 및 한곳 환경변수와 자신의 주관적 상태변수를 입력받아 조건식 또는 조건부확률에 따라 여러 가능한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여 행동하고 그 행동의 결과로서 자신의 환경변수/주관적 상태변수가 변하고 이로부터 학습/적응하는 주체를 가리킨다.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때는 상황에 맞는 효용함수가 적절히 정의될 수 있고 이때 제약 조건 하의 최적화라는 미시경제학의 기본 원리가 쓰일 수 있다. 행위자의 행동은 다른 행위자들과의 상호작용 뿐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일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랜덤변수들 역시 행위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 구조, 그리고 행위자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구조 등은 역시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지리적 공간이 기본이며 그 위에 복잡한 여러겹 연결망(multiplex network) 형태의 상호작용 구조가 추가된다. 물론 상호작용 구조 역시 행위자들의 행위와 공진화한다. '비행위자 환경'은 자연환경 뿐 아니라 인간 외적인 건물, 도구(컴퓨터 등), 책, 무기, 장치 등 모든 종류를 포함한다. 이런 외부기억장치 등을 통해 문화와 제도가 어떻게 발전하고 유지되며 또한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모형화할 것인지다. 위에 쓴 조건부확률이라 함은 각 행위자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성향이 아무때나 드러나지 않고 특정한 상황과 조건 하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패턴을 찾아내는게 심리학 또는 사회심리학이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각 행위자의 주관적 상태, 즉 '마음' 역시 단순하지 않으며 그 복잡성을 역시 적절히 모형화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의 시도로서 다음과 같은 연구를 들 수 있다.


사회는 닫힌계가 아니므로 행위자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각 행위자는 사회 안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경쟁을 통한 우열이 가려지고 사회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한 행위자는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경쟁을 통한 자연선택 또는 사회선택은 행위자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문화나 제도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이기적 개인들 사이에서 이타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듯이 단순한 시스템이 아님을 기억하자.


왜 시스템동역학이나 다른 접근이 아닌 ABM에서 출발하냐면, <파운데이션>에서 제1파운데이션의 기획을 산산조각내버린 돌연변이 뮬과 같은 돌발변수를 고려하기 위해서다. 행위자나 개인 수준이 아니면 잡아낼 수 없는 그런 충격이기에 거시적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인간의 마음은 엄청나게 복잡하며 그래서 우리가 미처 탐구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뮬은 바로 그런 미지의 영역에서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뮬이 단순한 예외현상일까 하는 점이다. 오히려 거듭제곱 분포의 꼬리에서 나타난 게 아닐까. 예외가 아니라 법칙의 일부라는 가설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참고로 심리역사학을 데이터 분석의 관점에서 접근한 글이 있다. 꼬젯님의 "데이터로 풀어보는 심리역사학"이라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