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이란 곳에 처음 들어가서 연구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2000년 봄이었다. (첫 문장을 쓰고나니 또 서론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 별 내용 없는데 괜시리 길어진다;;) 생태학에 대해서는 거의 전혀 모르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물리학과 학생이라는 핑계로 '생태물리학'을 연구해보고 싶었다. 그러고보니 난 처음부터 '정통'을 피해다녔던 것 같다. (근데 왜 물리과를 갔나?)

연구실 선배들이 가르쳐준 논문 찾는 방법을 이용하여 물리학 저널 홈페이지에서 ecology라는 말로 검색을 했더랬다. 실은 연구실에 배정되자마자 석사학위 연구계획서를 써서 과사무실에 내야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는 게 없으니 관심 있는 주제의 논문을 찾아서 대충 계획서를 써볼 요량이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Finite size scaling in ecology"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던 듯. 그래도 처음 찾았던 논문이라고 논문 제목이 기억나는구나;;; 아마 제대로 읽지도 않고 초록만 대충 읽어봤던 것 같다;;

계획서는 대충 써서 냈지만, 어쨌든 난 내 머리 속에 굴러다니던 낱말들을 키워드로 하여 논문들을 캤다. 주로 종합논문검색싸이트인 web of science를 이용하여 논문들 사이의 복잡한 연결망 위에서 편향을 가진 마구잡이 걷기를 했던 것 같다. (편향도 그때 그때 달랐다.) 하여간 그러다 발견한 줄기가 '자기조직화임계성(SOC)'이라는 주제였다. 다행히도(?) 1987년에 시작된 분야라 2000년에만 해도 10년 남짓한 분야였다. 이제 20년이 넘었지만.

좁은 세상 연결망 위에서 모래쌓기 모형을 연구하면서 시늉내기만 할 게 아니라 뭔가 분석을 해보고 싶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통계물리 수업 시간에 뭔가 배우기는 했지만 기억도 잘 안나고, 연구실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분야가 조금 달라서, 그리고 내가 적극적이지 못해서, 하여간 혼자 맨땅에 달걀 던지기를 했던 것 같다. (헤딩까지 했다고 하기에는 좀 약했기에...)

그러다 1998년에 Jensen이라는 사람이 SOC라는 제목으로 쓴 책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내가 있던 학교 도서관에는 없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보고 연구를 하라는 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라고 생각한다. (기억력 감퇴;;;) 다행히 서울대 도서관에 있었고 친구를 통해 구해볼 수 있었다. 하여간 그 이후로도 뭔가 좀 찾아보려고 하면 도서관에 없어서 도서관에 도서신청을 하며 근근이 공부를 해왔다.

(이렇게 말하고나니 뭔가 꾸준히 열심히 해온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나의 공부/연구에 대한 집중도를 시계열로 얻어서 파워 스펙트럼을 구해보면 1/f 노이즈 모양일 것 같다. 한 마디로 '간헐적'인 편이다. 그래도 나름 먼거리 상관(long range correlation)이 있고 기억 효과도 있다는...)

음... 막상 서론을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려니 별로 할 말이 없다. 어제 논문 읽다가 비교적 자주 인용되는 원서인데 수중에 구하기 쉽지 않은 책을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오늘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다가 결국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을 했다는 게 본론이다;; 결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