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본 논문의 제목을 한국어로 옮겼더니 저렇게 되네요. 원래 제목은 "Nature of different types of absorbing states"입니다. 미겔 무노즈(Miguel A. Munoz)1998년에 PRE에 낸 논문인데요, 워낙 무게감이 있는 이름이라 최소 50대는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홈페이지를 찾아서 생년월일을 확인해보니 67년생이라는! 10년 전 논문에 있던 이탈리아 주소로 한참을 찾다 못찾아서 최근 논문을 보니 지금은 스페인에 있더라는;;;

하여간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어제 포커-플랑크 방정식과 랑제방 방정식에 대해 소개했죠. 흡수상태가 있는 상전이를 기술하는 랑제방 방정식에 대해서도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방향성 있는 스미기(DP) 보편성 분류를 기술하는 0차원 랑제방 방정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식에서 활동성(activity) 또는 입자의 밀도 n은 예전에 ρ로 썼던 건데요, 사람에 따라 φ로 쓰기도 합니다. 이게 왜 0차원이냐면, 공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평균장(mean field)이라고 안하냐 하면 그거랑도 또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중요한 건 노이즈 항 η 앞에 n의 제곱근이 곱해져 있다는 겁니다. 즉 입자가 하나도 남지 않는 상황에서는 노이즈도 0이므로 이 시스템은 그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그래서 '흡수상태'라는 거죠.

위 랑제방 방정식을 이토(Ito)의 해석을 따라 F-P 방정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건 P(n)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정식인데요, 우리는 '정상상태' 즉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상태에 관심이 있으므로 좌변을 0으로 놓고 푼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아래 결과가 나옵니다.


중간에 V(n)이 들어간 건 잠시 잊어주시고요, 하여간 P(n)은 위의 오른쪽처럼 얻어집니다. 눈여겨 볼 건 지수함수 앞의 1/n이 노이즈 앞에 곱해진 n의 제곱근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P(n)을 exp[-V(n)]으로 정의한 후 V(n)을 포텐셜이라 부릅니다. 평형통계역학에서 볼츠만 성분(Boltzmann factor)이라 부르는 게 딱 저 모양이죠. 하여간 그러면 포텐셜은 아래처럼 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포텐셜을 an-bn^2을 n으로 적분한 후 부호를 바꾼 걸로 정의했죠. 하지만 이렇게 F-P 방정식의 해로부터 포텐셜을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DP에 관한 랑제방 방정식에서는 이 포텐셜에 ln n이 포함된다는 게 중요한데요, n이 0으로 가면 V(n)이 음의 무한대로 발산해버리기 때문이죠. 이게 누누히 얘기했던 흡수상태를 의미하는 거구요. 제가 유사 포텐셜이라고 하면서 그렸던 그림에 이미 적용된 거였죠.

그런데 여기도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포텐셜이라는 말은 잊어버리고요, P(n)을 보면요. P(n)은 어떤 시스템이 상태 n에 있을 확률을 나타내므로 P(n)을 n에 대해 적분해주면 1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1/n 이 있어서 P(n)의 적분은 발산해버립니다. 다시 말해서 위 결과는 진짜 해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럼 뭐가 진짜 해냐, 바로 P(n) = δ(n)입니다. 조절변수 a,b,D에 상관없이 n=0만이 유일한 진짜 해라는 겁니다.

1차원에서 유한한 크기의 시스템으로 컴퓨터 시늉내기를 해보면 0차원과 비슷한 모양의 포텐셜을 수치적으로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역시 흡수상태만이 진짜 정상상태라는 걸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시스템 크기가 무한해야만 진짜 상전이가 일어난다고 하네요. 제가 yy님의 지적에 따라 유사 포텐셜을 새로 그린 후 덧붙인 설명과 통하는 얘깁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랑제방 방정식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위의 DP를 기술하는 식에서 달라진 점은 노이즈 항 η 앞에 n이 붙은 겁니다. 앞에서는 n의 제곱근이었죠. 이렇게 n이 그대로 곱해졌다고 해서 이런 노이즈를 곱하는 노이즈(multiplicative noise; MN)라고 부릅니다. 물론 n의 제곱근을 곱할 때도 '곱한' 건 맞지만, 무노즈가 그렇다네요;;;


그럼 F-P 방정식도 위처럼 쓸 수 있겠죠. 역시 DP와 다른점은 요동에 관한 우변 두번째 항에 n대신 n^2이 들어간거죠. 이 식의 정상상태(즉 좌변을 0으로 놓을 때)를 풀면 아래의 결과가 나옵니다.


DP에서와 달리 MN에서는 a가 저 아래(;;)로 들어갑니다. 분모의 n의 지수에 따라 이 '확률'분포가 잘 정의되는지(즉 적분해서 1이 되는지) 아닌지(즉 적분하면 발산해버리는지)가 결정됩니다. a/D가 1/2보다 작거나 같으면 적분불가능하며 진짜 정상상태는 n=0밖에 없습니다. a/D가 1/2과 1 사이면 적분가능하며 활성상태입니다. a/D가 1인 경우에 V(n) = 2bn/D이므로 n=0이 안정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무한히 깊은 우물이 아니므로 n=0에 있다가도 요동에 의해 n>0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D가 1보다 크면 n=0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밀려나옵니다. 즉 n=0에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거죠.

길어졌네요, 이 논문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는 복소수 노이즈(complex noise)라는 겁니다. 다음 글에서 얘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