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제목이 조금 섹시하군요. 꼬마지리학자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생각난 문제입니다. 사실 연속적인 대상에 경계를 만들겠다는 건 자의적이지만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로는 제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얘기한 '엔트로피 증가 경향/법칙'을 들어보겠습니다.

기체를 이루는 입자들은 시간되짚기 대칭(time reversal symmetry)이 있는 운동을 하는데 반해 입자들로 이루어진 기체 덩어리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관찰되어왔고 그래서 엔트로피 증가 '법칙'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시 시스템에서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실험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이는 '요동 이론(fluctuation theorem)'으로 알려진 일련의 연구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A는 입자들이 공간에 두루 퍼져 있는 상태, B는 입자들이 한 곳에 조밀하게 모여 있는 상태라고 합시다. P는 확률을 뜻하고, N은 입자의 개수라고 하죠. 대충 위 식처럼 나타낼 수 있는데요, N이 작으면 입자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가 퍼졌다가 다시 몰릴 수도 있습니다(가역성). 하지만 N이 매우 크면 입자들이 모이기보다는 퍼지려고만 할 겁니다(비가역성).

제가 정의하려고 하는 미시-거시 경계는 가역성과 비가역성의 경계가 되는 N을 찾는 일이 되겠죠. 물론 위 식의 오른쪽은 N에 관한 연속적인 함수인데다가 함수 모양도 지수함수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exp(-N)의 역수, 즉 가역적인 일이 나타나는 빈도가 우주의 나이 정도 되는 규모인 N을 찾으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T_u는 우주의 나이, 즉 약 200억년(맞죠?)을 넣으면 N_c가 나올텐데, N_c가 커봐야 얼마 안되는군요. 보통 거시라고 말할 수 있는 N은 1몰, 즉 10의 23제곱이므로, 위의 미시-거시 경계의 기준으로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막상 위 식을 쓰고나니 재미가 반감되었다는...